운동삼우(運動三友)

–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진짜 이유

by 디베짱

겨울의 끝자락, 나는 서울의 작은 원룸에서 딸과 단둘이 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집 안에 웃음이 사라졌다. 사춘기라는 이름의 폭풍이 우리 집을 할퀴고 지나가고 있었고, 딸은 점점 낯선 얼굴이 되어갔다. 나는 무력했고, 지쳐 있었으며, 스스로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을 일으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걷는다고 해서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숨을 내쉴 수는 있었다. 하늘을 보고, 발을 내딛고, 계절의 바람을 느끼는 동안 조금씩 마음이 정돈되었다.

그렇게 매일 걷던 어느 날, 친구가 말했다.

“런데이라는 앱이 있어.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너라면 분명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그 말에 솔깃했지만 동시에 두려웠다.
운동 바보였던 내가 달리기를 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앱을 설치하고 있었다.

첫날, “1분 동안 달려볼게요.”라는 코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달릴 수 있을까? 하고 의심했지만, 의외로 나는 그 1분을 해냈다.
작은 성취감이 생겼고, 이상하게도 가슴이 조금 벅찼다.

그 1분은 곧 3분이 되었고, 다시 5분, 10분으로 이어졌다.
이야기처럼 쉽지는 않았지만, 앱의 코칭에 따라 나는 조금씩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무렵, 딸은 대학에 합격했다. 그녀의 방황이 잦아든 만큼, 나 역시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한국의 겨울을 뒤로하고 다시 태국으로 돌아왔다. 사시사철 더운 이곳에서는 언제든 운동을 할 수 있었고, 나는 다시 달리기를 이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서는 쉽지 않았다.
그때 떠오른 사람. 내 남편.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같이 달릴 수 있을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그럼, 오늘 저녁에 나가자.”

그날 이후, 남편은 나의 운동 메이트가 되었다.


집 근처 마프라찬 호수 둘레길은 우리가 함께 뛰는 러닝 코스가 되었고, 아침 햇살이 반짝이는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숨을 고르며 함께 걸었다.
서로의 호흡에 귀 기울이며, 어떤 날은 말없이, 어떤 날은 웃으며 그렇게 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달리기를 계속해올 수 있었던 건 단지 의지만은 아니었다.


나를 움직이게 한, 고마운 세 친구가 있었다.

첫 번째 친구는 런데이 앱.
운동 문외한이던 나를 달리기의 세계로 친절하게 이끌어준 입문서이자, 나의 첫 코치였다.

두 번째 친구는 마프라찬 호수 둘레길.
아침 햇살과 푸른 하늘, 고요한 물소리와 자연의 풍경이 나를 기다려주는 쉼의 공간이자 활력의 무대였다.

세 번째 친구는 남편.
함께 달려주는 것만으로도 큰 응원이 되었던 남편!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곁에서 묵묵히 발을 맞춰준 든든한 러닝 메이트이자 인생 동반자였다.

나는 이 셋을 ‘운동삼우(運動三友)’라 부른다.

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스스로를 ‘러너’라고 부른다.
빠르진 않아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러닝은 나를 다시 나답게 만들어주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뭔가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부디 한 걸음 내딛어보길 바란다.

그 길 위에서 당신만의 ‘세 친구’를 만날 수 있기를.
그리고, 나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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