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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의 나날

반복된 망각은 비슷한 세계를 부른다

by 김아현

꼬리가 긴 빗방울들이 환한 햇빛과 몸을 섞고

띄엄띄엄 외줄기 햇빛이 회색 하늘을 가르며

잘게 쪼개진 구름 조각을 움켜쥐었다


찢어지는 깊은 비명

단체로 입을 다문 벨소리

숨을 죽인 하늘


공터에 사람들이 모였다

울음소리 사이에서 태어난 인간은

폐허 속에서 가벼워진 입들을 쥐어 물고

불안과 변명의 거래를 멈추지 않았다


공기는 공황을 잡아먹고

공황은 공기 중을 떠다니고

사랑들은 공황을 마셨다.


시간이 지났다

다시 돌아왔다

사람들은 공터를 떠났다

공황은 어딘가에 배설되었다


자취를 감춘 모든 날

믿는 구석을 걷던 처음 증상

미완의 고통은 다시 돌아간다


어떻게 이런 일이

하늘은 처진 입을 열었다

모든 진심은 다 변명이로구나


폐허가 되지 않아 잊힌 지진의 나날

애써 구축한 저승의 세계는 무너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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