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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그림자에게

영원이 끝을 초월한다고 믿나요?

by 김아현

뚫어지게 바라보면,
필사적으로 달리는

가을 낙엽 잎새 한 장조차

훔칠 새 없이
발바닥을 자갈에 갈며
구르는 그림자 하나.


그림자라 해도
도망갈 줄 알더 군요.
아무리 어두운 그림자라도
뚫어지게 보면
필사적으로 도망가더군요.


세상은
달리기에서 달리기로 이어져,
영원을 바라는 그림자의 속력은
돌도, 나무도, 잎새의 무더기도
주변이라 불릴 여력조차 없는,
틈 없는 틈
방향 없는 방향.


그러니
속도를 물어도
답은 같겠지요.


돌과 나무와 잎새의 무더기,
광휘를 쏟는 은별,
흐드러지게 시린 결,
공기 중으로 부서지는 어린 살결 —
그 위를 달리는 흙 위의 그림자.

달리고 또 달려요,
시선이 속도에 닿을 때까지.


당신은 믿는가요 —
영원이 끝을 초월한다고,
무게를 벗고도
발자국은 태어난다고.


그렇다면,
이름을 가진 당신은
어떻게 미끄러지는가요.

발바닥과 맹렬히 부딪히는
시선들의 파열음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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