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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와 어느 페이지

무작정 닿아야 산다는 말은 거역하겠어

by 김아현

위치에 끼어있는 위치의 상태

安定

책갈피 모퉁이에 맞닿은 그 표면

튕겨나가고픈 꿈을 씹어대는 속내의 연장선

날개


집 없는 민달팽이들

그걸 생각하면, 그래

뭐라도 쩍쩍 갈라졌으면

그래, 여기가 집이라면


움직일 수 없어

자정이 지난 시각이면

발판을 상상해

혼자만의 골목이

우뚝 솟은 비행장이라면


그러나 이곳,

연노랑빛 꿉꿉한 세계

많은 이야기들이 늙어가듯 익어가

전체라는 모호한 경계의 집단과

부분이라는 편협한 조각이

이해의 행위를 가벼이 여길 때

너는 원래 내가 아니었다고

체취의 추억은 슬프게 익어갔더랬지


숫제 누릿한 古書

밤마다, 그 밤마다

페이지 사이에 끼어

눈물방울 속에 블랙홀이 깃들던 날

아침 속에 아침만 서있게 해달라고 빌던 날

불평과 희망을 혼돈하던 어느 페이지에서

긴긴 꿈만 꾸던 날


이미 빌었어

보이고 들리고 마시게 된다면

내 몸, 거역하지 않고

바람에게 삼켜지겠다고

기꺼이


다만

닿는다는 의미는

거역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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