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글을 고를 때
향수와 립스팁과 파우더와 거리가 먼 여성이었다
그녀는 더운 카페라테를 마시다 반 잔 남겨두고
검은 스웨터 속에 남은 커피 향을 마저 안고
동굴 같은 공간에 몸을 왈칵 밀어 넣었다
발자국은 신중했고
눈은 진중했고
손은 고심했다
그녀는 그 사람과 가장 어울리는 제목을 찾고 싶다 말했다
한 사람이 들어갈 공간에 여자와 책만이 숨 쉬고 있었다
그녀의 느린 시선이 책장을 지나니 꽂힌 책들은 더욱 등을 굽혔다
한 사람이면 충분할 공간에 희망이 동동발을 굴렀다
걸림 없는 평탄한 땅의 향을 닮은 그녀의 몸
단짝은 이곳에 있는 듯했다
저편에 숨어있는 누군가를 찾는 듯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무엇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듯 뒤적거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한참을 더듬고 만지고 쓸었다
눈으로 읽곤 했던 진짜 당신의 향
보통의 시선과 똑같이 취급했던 당신의 진짜 눈
있는가
없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당신과 어울리는 글꽃을
빈 손으로 돌아온 그녀는 탁상에 놓인 커피 잔을 들었다
식은 커피를 마시는 그녀의 아쉬운 마음이 뜨거워졌다
찾을 수 있으리라 희망하던 낯짝이 부끄러웠다
쉽사리 타인의 향을 읽어가던 코끝이 가려웠다
사람과 내용과 제목과 분위기의 합이 궁금했다
여자는 턱을 괴고 동굴 같은 책장에 시선을 걸었다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글을 고르고 싶었다
발자국은 신중했고
눈은 진중했고
손은 고심했다
그녀는 결심하듯
동굴 같은 책장 속으로
다시 몸을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