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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돌

마모와 거리, 그리고 기다림에 대하여

by 북인포레스트

짤깍이는 몽돌 천지를

거품 물에 한껏 씹어 물고

담아 간다 한들


돌아오는 바다는

김 빠진 탄산수 못지않게

꼬리 끝만 자잘하게 보글거려

뱉은 몽돌만 절반이었다


오래간 품기만 했다던 자리에는

어망같이 촘촘한 흰 포말이 일어

반드러운 몽돌을 힘껏 밀어내고

파도는 먼 곳으로 빠지며

물에 낀 희부연 돌을 쓸어 가곤 했다


이곳이 엄마 품 같던 아이는

마모되지 않은 윤돌 만 한 제 발을

흰 포말 가득한 바다에 푹 꽂아 넣고는

작은 버섯 머리 같이 둥근 발등을

쓸고 감추는 포말의 향연에

구슬 같은 웃음을 똑똑 떨어뜨리며

어디로 도망가나,

까르르까르르

한두 발자국

또 한두 발자국

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얼마못가 무릎에 가닿은 물살

휘청이는 아이의 허리에

검푸른 수심이 박힌

폐부가 스쳤다


아니야, 뒤로 물러서

저 멀리 희부연 돌도

바다 저편까지 굴러가려면

한참이야.


짧은 목을 뒤로 돌리는 얼굴은

기름종이 빛깔 같이 사색이었고

악악대는 울음소리에

파도만 난색이었다


아이의 숨소리가

파도 소리에 얹힌 그 틈에

흰 포말은 여지없이 일었고

짠내 그득한 아이 발 밑으로

바다 저편에서부터

짤깍거리는 윤돌이

하나 둘,

굴러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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