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축제 상 (불필요한 축제 및 공무원 동원)

왜 불필요한 행사들은 계속하는 걸까?

by 유해길

차범근은 우리나라 축구의 전설이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차붐’이라 불리며 사랑을 받았다. 차범근은 1978~1898년까지 11년 동안 372경기를 뛰었다. 반면 손흥민은 9 시즌 동안 364경기를 뛰었다. 차범근은 시즌 평균 34경기를, 손흥민은 40경기 정도를 뛰었다. A매치를 비롯한 각종 대회를 포함해 보면 손흥민의 몸은 훨씬 더 자주, 더 거칠게 사용된 셈이다. 축구 경기가 이렇게 늘어난 이유는 단순하다. 축구가 돈이 되는 산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월드컵, 유럽 5대 리그, 챔피언스리그 등에서 발생하는 입장권 수익과 중계권료, 광고비, 스폰서십은 이미 천문학적 규모다. FIFA, UEFA 등 주요 단체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많은 대회를 만들고, 더 많은 경기를 집어넣는다.

차범근은 시즌 평균 33.9경기, 손흥민은 40.5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흐름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선수들이 쉴 틈 없이 경기에 내몰리면서 부상 위험이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훈련이 정교해져 30대 중후반에도 뛰는 선수가 늘었지만, 결국 몸에는 한계가 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2025년 미국에서 열린 확대 개편된 클럽 월드컵을 두고 “역사상 최악의 아이디어”라고 비판했다. 휴식 없는 살인적인 일정이 선수들의 건강을 해치고, 장기적으로는 축구 전체의 질과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와 각국 선수단체도 한 목소리를 냈다. 결국 팬들이 원하는 것은 많은 경기보다 수준 높은 경기다.

축구계의 이런 모습은 지방자치단체가 여는 지역 축제와 각종 문화행사와 많이 닮아 있다. 지난 몇 년간 지역에서 하는 축제나 행사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행사가 늘어난 만큼 공무원의 피로는 누적되었고, 개별 행사의 질은 저하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도 이제 더 많은 행사가 아니라,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행사를 원한다.



지자체의 행사가 늘었다는 사실은 수치로 보면 더욱 명확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연도별 지역축제 계획을 보면, 2019년 884개였던 지역 축제가 2024년에는 1,170개로 늘었다. 불과 5년 사이 32%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경남 지역은 더 극적이다. 같은 기간 66개에서 135개로 늘었다. 두 배 이상이다. 통계에 포함된 축제는 ‘2일 이상 열리고, 지자체·주민·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며,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문화·관광·예술 행사’만 잡혔다. 그렇다면 지역 축제와 같은 행사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의 인구는 줄고, 기업 유치는 쉽지 않다. 비교적 단기간에 사람을 모으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것은 축제 같은 관광 상품이다. 하지만 축제가 많아질수록 개별 축제가 가진 힘은 약해진다. 축구 경기가 많아질수록 경기의 질이 떨어지듯, 축제가 많아질수록 축제의 질은 떨어진다.


축제가 늘어도 너무 많이 늘었다. 지역별 할 것 없이 축제를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려고 한다.


대표적인 예가 관광객 1인당 평균 소비액의 감소다. 축제에 참여하는 관광객 1인당 평균 소비액이 36,200원에서 31,600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임시 구조물 설치·철거, 인건비 등으로 예산은 꾸준히 늘었다. 행사를 기획하는 전체 예산은 늘어도 개별 행사에 들어가는 돈은 쪼개지기만 하고 효과는 미미하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경남의 경우 2024년 135개 축제 가운데 39개가 10월 한 달에 몰려 있다. 관광객은 한정적인데 축제만 많아지니 제로섬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행사 당일 아침은 늘 비슷하다. 주차 유도 조끼를 입고 무전기로 상황을 주고받는다. 정오가 되어도 동선은 붐비지 않는다. 잠깐 몰렸던 사람들도 볼거리나 체험이 기대에 못 미치면 금세 빠져나간다.


현장이 가장 분주해지는 순간은 오히려 시장이나 국회의원, 시의원 같은 ‘손님’이 들를 때다. 결국 축제에는 공무원, 기관·단체 관계자, 지역 정치인, 축제 관계자들만 남아 ‘그들만의 행사’가 된다.


시민이 만족하는 성공적인 행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을 콘텐츠로 삼을지 정해야 하고, 타 지역과 차별되는 프로그램을 구성해야 한다. 방문객이 만족할 만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만들어야 소비가 발생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행사 탄생의 메커니즘은 대체로 이렇다. 옆 동네에서 새 행사를 하나 했다. 반응이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면 회의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도 비슷한 행사 하면 좋겠다. 지역경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 그렇게 이름만 약간 바꾸고 비슷한 콘텐츠를 가진 행사들이 양산된다. 치열한 고민 없이 만들어진 행사의 수준이 높을 리 만무하다. 애초에 공무원은 행사 기획의 전문가도 아니거니와, 비전문가의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진 행사가 완성도가 높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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