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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글 Nov 04. 2018

두 시대의 공존인가 하나의 시대가 무너지는 것인가

되도록 새로운 길과 골목을 찾아다닌다. 이번에 다다른 곳은 광주 기아챔이언스필드와 가까운 신안동 골목이다. 아파트가 맞닿아 있는 이 골목은 각 다른 시대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어느 골목에 들어서자 어릴 적 시골에서 장작을 때던 향이 난다. 그리고 다 타버린 장작은 숯이 되었을 때 고구마를 포일에 쌓아 익힌 뒤 속살을 꺼낸 고소한 향기가 느껴진다


이런 향수에 젖어 골목을 더 걷자 그늘이 지기 시작한다. 원룸 건물이다. 원룸은 시간을 초월한 듯이 예스러운 골목과 어울리지 않는 모습처럼 다가온다. 옆에는 차가 세워져 있다. 외제차다. 누가 봐도 알아볼 만한 브랜드 로고와 큰 차체가 이곳에 있으니 더욱 돋보인다. 그리고 다시 뒤를 돌아보자 작은 가정집들이 골목을 사이로 나눠져 있다


두 시대의 공존인가 하나의 시대가 끝나가는 것을 시사하는 것인가. 그러고 보니 지나쳐버린 오래된 ‘제일 슈퍼’라는 가게가 보인다. 허물어지듯 보이는 가게는 높이가 2미터 조금 안 되는 높이다. 건물 앞과 위로 이미 죽어버렸거나 아직도 살기 위한 방황에 여념 없는 화분과 식물이 즐비했다. 이 ‘제일 슈퍼’의 문은 유리문으로 몇 년 전 그나마 최신으로 교체한 것 같다. 글씨체가 예스럽지 않기 때문인데 다만 결국 가게의 수명은 끝이 났다. 소리 소문 없이 떠나갈 이들은 시대의 변화에 순응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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