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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eom Nov 23. 2021

공연과 NFT의 결합(2)

NFT 공연기획 3요소 순환모델


이전 글, 공연과 NFT의 결합(1)에 이어서



 공연이란 무엇이냐. "극장이나 야외 공간에서 관객에게 연극 · 무용 · 음악 따위를 연출하고 공개하는 행위”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극장이나 야외 공간에서’, 분명하게 공연장이라고 우리가 부르는 물리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관객에게’, 뚜벅뚜벅 공연장으로 걸어와 관객석에 앉아 감상해주고 박수도 쳐줄 관객도 필요하다.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벌어지는 예술 연행이 어떻게 NFT와 결합될 수 있을까.



 앞서 이야기했듯 NFT 그 자체로는 예술과 전혀 무관하다. 디지털 아트에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예술작품의 보조 수단 장치에 불과한데, 즉 작품을 구매한 콜렉터에게 주어지는 디지털 원본 증명서이며 작품을 판매한 원작자의 수익구조와 관련한 기술이다. 본질적으로는 예술이 아닌 '구조'와 관계된 것에 가깝다. 그러므로  NFT라는 틀 안에 어떠한 콘텐츠를 담고 있는가 하는 내적 구성에 관한 이야기는 조금 미뤄놓아도 괜찮다.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공연이 기획단계를 거치고 관객들에게 실연되는 것까지의 공연 제작 과정 및 공연산업의 수익구조에서 NFT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논의가 선제되어야 하겠다.



 자 그러면 먼저 크라우드펀딩에 대해 얘기해보자! 갑자기 왠 크라우드펀딩이냐 할 수 있지만, 현재 적지 않은 독립 공연들이 자금조달 방법으로 크라우드펀딩을 기용하고 있고, 무엇보다 크라우드펀딩에서 발전된 형태의  공연기획 모델로 NFT를 활용할 여지가 있는 듯 보인다.



 공연을 위한 크라우드펀딩(CrowdFunding)은 공연을 제작하기 위한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에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목표금액과 모금 기간을 정해서 익명의 다수(Crowd)로부터 투자를 받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원래는 인디고고(Indiegogo), 킥스타터(Kickstarter) 등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기가 막힌 아이디어와 실행력이 있지만 제품을 만들 돈이 없는 스타트업 기업에서 이용하던 펀딩 방식이었는데, 점차 공연예술, 영화, 공예 등의 아티스트를 위한 소액 투자 내지 후원 형태로까지 확대되었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텀블벅에서 연극, 음악극, 뮤지컬 등의 공연 제작을 위한 펀딩이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공연을 실제로 제작하기 전에 먼저 작품의 기획 의도, 시놉시스, 로드맵, 출연진 등을 미리 제시하면, 사람들이 이에 공감하여 후원한 금액으로 공연을 제작하고 이들에게는 공연 티켓, 굿즈 등의 리워드를 제공하는 양상이다. 주로 해외 수입 뮤지컬, 대형 국내 뮤지컬을 다루는 공연기획사나 엔터테인먼트 공연은 투자처가 분명하고 자금 조달이  조금은 용이한 편이기에  이런 크라우드펀딩이 필요하지 않겠지만, 독립적인 극단, 인디펜던트 기획자나 예술가가 안 그래도 돈과 수고가 굉장히 많이 드는 공연을 하나 올리기까지 매우 유용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펀딩 방식일 것이다.



 그럼에도 조금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펀딩 기획자와 후원자 간의 일방향적인 관계와 소통, 후원자들에게 돌아가는 미약한 인센티브 등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NFT를 활용해보려 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턴 NFT를 활용한 공연기획 모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NFT활용 공연기획 모델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러하다. 아티스트가 기획하려는 공연을 토대로 NFT아트를 제작하면, 공연제작을 위한 NFT로부터의 수익과 동시에 NFT를 중심으로 온라인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그 커뮤니티 구성원들을 오프라인 현장공연까지 데려오는 프로세스이다. 현장 공연은 NFT프로젝트의 목적일 수도 있을 테지만,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NFT의 가치에도 영향을 주는 작가 활동이자 로드맵 달성이다. 더욱이 NFT가 더 높은 가치를 얻게 되면 당연히 커뮤니티와 현장 공연의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NFT - 커뮤니티 - 현장공연’이라는 삼요소가 하나의 프로젝트가 되어 각 요소를 순환하며 가치와 규모를 확장시켜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다.




 

Phase 1: NFT


 공연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고유한 IP와 그와 관련한 내러티브, 세계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것을 퍼포먼스 영상, 음악, 시나리오 대본, 일러스트, 3D 아트 등 어떠한 방법이 됐든 작품의 형태를 갖춰 NFT로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NFT아트의 내적인 구성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글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려 한다). 실제로 공연을 하기에 앞서 NFT를 통해 아티스트가 갖고 있는 세계관을 또 하나의 작품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크라우드펀딩을 이끌기 위한 구구절절한 프로젝트 설명보다 직관적이고 잠재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에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이는 유튜브 홍보영상, SNS 포스팅으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도 있는 내용들이고,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둔다 하더라도 크라우드 펀딩과 다를 바 없다. 공연을 하나 올리는 데도 막대한 예산과 수고가 들어가는데 NFT로 발행할 작품까지 만들어야 하니 돌아가도 너무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지만 상기해보자. NFT는 Non-fungible 'token'이다. NFT는 작품임과 동시에 말 그대로 ‘토큰’이 되어줄 수 있다.



 토큰인 게 뭐 어쨌다는 건가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일단 NFT아트를 구매하는 심리에 대해 이해해볼 필요가 있다.  NFT아트의 구매 동기는 GIF, JPG 파일의 소유를 타인에게 증명하고자 하는 욕구, 커뮤니티 소속감, 온라인 상에서의 사회적 지위, 투자 심리, 그리고 순수하게 작가와 작품에 대한 애정과 공감 등 실로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작가와 콜렉터 그리고 NFT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NFT거래는 필요에 의해 단순히 일어나는 것이 아닌 매우 복합적인 구매력에 이끌려 발생한다.



 그렇다면 질문을 가져와 위에서 제시한 'NFT활용 공연기획 모델'에서 Phase 1이 되는 NFT의 구매 동기는 무엇일까. 첫째,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구현될 ‘공연’에 대한 기대감. 둘째, 아티스트의 내러티브에 대한 순수한 공감과 애정.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셋째, 이 NFT가 실제로 오프라인 공연으로 구현되었을 때, 또 아티스트가 NFT씬과 공연계에서 꾸준히 예술활동을 지속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NFT의 가치 상승. 한마디로 투자이다. NFT아티스트와 콜렉터 사이에는 작품을 중심으로 한 관계 맺음도 존재하지만, ‘투자’를 통한 관계 맺음이 분명히 존재한다. 즉 작가와 작품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함께, 이 사람이 훌륭한 NFT작품을 꾸준히 민팅하고 NFT씬에서의 멋진 행보를 지속하여 작품의 가치가 높아지리라 하는 기대가 동반하는 것이다.



 크라우드펀딩과 비교하면 크라우드펀딩의 참여자는 프로젝트 기획자의 창의력과 비젼에 ‘후원’한다는 심리에 가깝다. 크라우드펀딩을 기획할 때 강조되는 덕목도 후원자에게 수익성과 판매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펀딩이 성공했을 때 리워드 혹은 소소한 인센티브가 돌아가는 것으로 인식되게끔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NFT를 활용한다면 오프라인 공연에 참여하기 위한 특별한 초대권이나 공연의 제작과정에 후원했다는 만족감과 같은 인센티브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도 투자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는 ‘토큰’을 아티스트와 콜렉터가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NFT는 하나의 불변하고 무결한 증명서로 기능할 수 있기에 NFT 안에 금융, 액티비티 등 그 어떠한 약속내지 계약을 아티스트와 콜렉터가 맺을 수 있게된다.



 그렇다면 아티스트와 콜렉터의 관계 맺음은 대단히 긴밀해질 수밖에 없다. 금전적 인센티브가 둘 사이에 껴있다면 콜렉터를 향한 아티스트의 압도적 감사는 물론이고, 콜렉터가 아티스트를 향해 가지는 응원의 밀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결코 완전히 ‘순수’하다 볼 수는 없겠지만, 원래 예술의 순수성은 허상에 불과하다('예술가는 왜 가난해야 하는가_순수예술의 신화성과 그 대안으로의 NFT'). NFT아트 씬에서는 더욱이 그럴 것이다. 오히려 밀도 높은 예술적 교감도 함께 가능할지 모른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의 이더리움 가격표가 붙어있는 NFT아트를 앞에 두고, 이를 구매할지 말지 고민하는 과정은 아티스트의 예술관과 커리어 및 작품의 세계관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러한 NFT 기반 크라우드펀딩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게 사실이다. 이미 이전부터 크립토 씬에서 블록체인 게임 제작한다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던 자금조달 방식이니 말이다. 아직 제작단계에 있는 게임의 아이템을 NFT로 미리 발행하고 그로부터의 수익으로 게임을 제작한 다음, 게임 아이템 NFT는 실제 제작된 게임 상에서 사용하거나, 2차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PFP(Picture for Profile) 프로젝트에서 NFT 판매를 통한 펀딩 이후, 프로덕트 개발 및 이벤트 수행 등을 통해 NFT의 가치 상승을 약속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글의 목적은 NFT를 이미 잘 알고있는 사람들보다 공연을 기획하는 아티스트들에게 조금의 인사이트를 보탬하기 위함이고, 현행의 제한적인 공연기획 모델이 타파되었으면 하는 바램에 있다. 



 기존까지 공연이 만들어지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기업, 정부 등의 중앙화된 조직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했다. 그리고 어느 예술계든 지극히 중앙화된 체계를 갖춘 권력집단이 존재하고 그들이 제시해놓은 시스템과 관행을 그대로 답습할 수밖에 없다. 또 그러한 답습이 강제되는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 당연하게도 예술가의 생존과 지속적인 예술활동에 필수적인 수익구조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다. 구조의 고착화는 창작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 위와 같은 공연 기획 모델의 제안은 예술가의 자생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기존의 시스템에 저항하고자 하는 시도이고, 이 도시에 있는 수많은 아티스트들 그들만의 자생적인 예술을 할 수 있는 가능성과 영감을 찾는 데 있어 아주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싶은 욕심에 있다는 것을 밝혀둔다.

 



 그렇다면! 하던 얘기를 마저 해보겠다. 요러한 과정의 Phase1: NFT는 공연을 위한 예산 마련에도 물론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존재한다. 보다 궁극적인 목적은 공연을 하기 전에 NFT를 통해 미리 프로젝트에 대한 팬을 만드는 데 있다. NFT 생태계에는 특별한 문화가 있는데, 이는 모두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숙제이다. Phase 2: 커뮤니티이다.



이어지는 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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