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10년 다녀보니
내가 나를 보고도 놀랄 때가 있는데
내가 남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 거울
회사에 입사하고 처음 후임이 들어오던 날.
기분이 묘했습니다.
군대에서 후임이 들어오던 날보다
더 마음이 싱숭생숭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좋은 사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더랬죠.
저는 신입 시절에 실수가 많았습니다.
어쩌면 입사하자마자 일을 완벽하게
처리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죠.
저도 이미 겪은 신입 시절이기에
후임이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옆에서 도움을 줘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쉽게 변하더라고요.
입사하고 같이 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제가 신입시절에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
나이 지긋하신 부장님이 말하는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말이야."였거든요.
아니 근데 신입이랑
나이 차도 별로 나지 않는 제가
똑같은 말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의 불만은 신입이 나서서
일을 하지 않는 점이었습니다.
A부터 O나 P 정도까지 알려주면
나머지는 스스로 할 법도 한데
Z까지 알려줘야 그제야 일을 하는 거예요.
후임이 들어왔는데 기존 업무에
후임 업무지도까지 오히려 업무가 늘어난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그래서 포기를 했습니다.
그냥 내 업무를 인계하면
설명하는 시간만 늘어나니 간단한 업무만 넘기고
대부분 업무는 제가 하는 편이 낫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기획 업무도 넘기지 않고
별다른 업무에 대한 지시도 내리지 않자
제 후임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질문을 해가면서 업무를 처리하는 거예요.
오히려 기존의 저보다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도 보였습니다.
제가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후임이 생겼다는 그냥 들뜬
마음만 있었던 거예요.
제가 학교 선생님도 아니면서
일일이 하나하나 알려주면
후임이 좋아하고 금방 적응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제 후임은 원래가 똑똑한 친구예요.
그래서 알려주지 않아도 창의력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알려주는 방법을
그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따라 하려고 하니
도리어 그의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었죠.
제가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
모두 정답은 아닌 것 같아요.
회사에서 나의 관점만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시간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