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10년 다녀보니
지금 시각은 아침 8시.
어쩐지 어제 늦게 잠든다 싶더니 맞벌이 엄마, 아빠의 마음은 아는 지, 모르는 지,
아들은 아직도 한 밤 중입니다.
우선은 기다려봅니다.
자고 있는 아들에게 방해가 혹시나 될까봐
조용조용히 물도 마시고 양치도 하고
변기에 물 내리는 소리가 방해가 되지 않도록 화장실 문을 닫고 물을 내립니다.
이제는 8시 30분.
이제는 정말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데 아들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네요.
혹시나 눈이 부시다고 짜증을 낼까봐 커텐을 치지 않고
방 불도 켜지 않은 상태에서 입고 있는 잠옷의 바지를 조심스레 내려봅니다.
분명히 쿨쿨 자고 있었는데
조금만 건드려도 또 어찌나 민감한 지, 바로 일어나서 건들지 말라며 찡얼대네요.
왜 우리도 어릴 때, 유치원 가기 싫어서 엄마한테 떼를 써 본 기억이
한 번 쯤은 다 있잖아요.
그 때를 생각하면 '오늘 하루 연차내고 아들이랑 같이 놀아줘?'라고
마음 속으로만 외쳐봅니다.
입 밖으로는 절대 꺼내지 못하고 말이죠.
요즘은 미세먼지 농도가 참 안 좋습니다.
그래서 마스크를 꼭 씌워서 어린이집을 보냈으면 좋겠는데
절대로 쓰지 않겠다네요.
자기 마스크를 아빠나 쓰라면서 짜증을 냅니다.
제가 그 마스크를 써봤자 딱 콧구멍만 가릴 수 있는 크기인데도 말이죠.
그래도 어린이집을 가는 길은 아들에게 즐거운 시간인 모양입니다.
본인의 마음에 드는 차가 지나가면 "빠방 귀엽다"
길가에 서 있는 포크레인을 보며 "뽈케인 춥겠다"
하늘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비행기 슝~"
참견할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닌 모양입니다.
이제는 어린이집에서 헤어져야 할 시간.
아직 잠이 덜 깨서인 지, 유난히 떨어지기 시작하네요.
자꾸 "안아~ 안아~"를 외치지만
이제 저의 출근 시간까지 20분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울먹이는 아들을 보내며 나오는데
아들이 큰 소리로 마치 들으라는 듯이 "아빠 가! 아빠 가!"라고 소리치며 우네요.
회사 1층에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이런 저런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과연 무엇을 위해 회사를 다니는 지도 생각을 해봅니다.
개인사업을 해야 하나 생각을 잠시 하다가 정신을 차려 봅니다.
걱정이 됩니다.
내일 이 시간에도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제 앞에 있는 분은 자녀가 핸드폰으로 전화를 한 모양입니다.
'미안해. 엄마가 오늘은 금방 끝나고 갈게.'
제 아이가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게 오늘은 정말 정말
집중해서 일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