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의 유혹) 선행학습의 불안감

우리 아이는 왜! 학원을 다녀도 성적이 오르지 않을까?

초등학교 6학년 유나의 엄마는 요즘 불안합니다. 남들은 다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유나는 6학년이 될 때까지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거든요. 뒤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뒷바라지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는 것은 아닌 지, 걱정됩니다. 옆집 미애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수학의 정석을 학원에서 풀었다고 하네요. 걱정이 됩니다. 벌써 앞서 나가는 자녀 친구들을 보며 결국 ‘선행학습’을 결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학원의 문을 두드립니다.

우리는 왜 학원에 다닐까요? 첫 번째 원인은 우리 마음 속의 불안감입니다. 

그렇다면, 정말 선행학습은 도움이 될까요? 선행학습은 어려운 내용을 미리 배우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해서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복할수록 자녀는 이 문제를 내가 풀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세뇌 당하기 시작합니다. 반복하면 문제를 풀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지고 이런 자녀의 모습은 엄마에게는 기쁨입니다. ‘이래서 선행학습을 하는구나’라는 깨달음도 얻게 되죠.

어떻게 보면 선행학습의 최고 장점은 엄마가 느끼는 ‘안도감’입니다. 그래서 자녀보다 엄마가 더 좋아하게 됩니다. 상위 학년의 공부를 배우고 학원을 다녀온 자녀를 보면 학원에서 얼마나 수업을 열심히 들었는가와 상관없이 그 모습만으로도 이상하게 안도감이 찾아옵니다. 자녀가 학원에 갔다 와서 책상 앞에 앉아 숙제라도 스스로 하기 시작하면 그 모습 자체가 엄마에게 감동입니다. 선행학습을 하는 목적과 이유는 슬슬 중요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요. 엄마가 초등학교 때 ‘수학의 정석’을 미리 풀기 시작했으면 어땠을까요? 미적분을 공부했다면 수학 천재가 되었을까요? 자신 있게 대답하기는 힘든 부분입니다.

선행학습의 아이러니함은 대부분의 자녀가 아닌 엄마가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자녀들은 어렸을 때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고 정작 본인이 주체가 되어 공부를 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행을 갈 때, 패키지 여행으로 가는 것과 자유여행으로 가는 것의 준비하는 정도가 다르잖아요. 지금 많은 자녀가 선행학습이라는 패키지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주도적으로 준비하지 않아도 돈만 있으면 가만히 있어도 가이드가 전부 알려주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죠. 한번 가이드를 놓치기라도 하면 큰 곤경에 빠집니다. 이번 여행에 대해서 별로 공부를 하지 않고 왔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자녀가 혼자 자유여행을 할 필요도 있습니다.

같은 선행학습을 해도 결과는 극과극으로 나뉩니다. 한 친구는 선행학습을 하며 배운 내용을 실제 학교 수업을 들으며 적용시키는가 하면 또 다른 친구는 ‘이미 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학교에서 따분하게 말하고 있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려운 공식을 억지로 구겨 넣는다면 우리의 뇌도 자연스럽게 반항을 하게 됩니다. 

단순히 불안한 마음에 학원에서 시작하는 선행학습은 독이 든 성배와 같습니다. 자녀가 선행학습을 시작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실력인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한번 자녀를 파악해 보세요. 학교 정규수업의 진도를 따라가는 것도 버거워 하는데 엄마의 욕심으로 선행학습을 시키는 일은 없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