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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민 May 31. 2016

빛바래다

빛바랜 예수님

빛 발하기 전, 빛 바래기를.


예수님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 같아서랄까 빈 십자가를 더 좋아합니다. 그러나 무언가에 끌려 주교좌성당 입구 외벽에 걸린 예수님 십자가상을 지나칠 수 없어 사진으로 담게 됐습니다.


그렇게 몇 주간 가만히 보니 가운데 빛바랜 모습이 눈에 켜켜이 담겨왔습니다. 그 모습이 꼭 나 때문인 거 같아 마음 참 먹먹해졌습니다. 조금만 힘들면 내 힘든 모습 알아주기를 바랐던 나, 그만큼 당신의 마음 조금도 돌아보지 못했던 시간들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그분의 빛바램은 남을 돌보지 못했던 시간만큼 비례하여 빛바랜 것 아닐까.." 생각하며, 빛을 바라기보다

예수님처럼 빛바래 져 누군가에게는 빛이 되기를 기도하게 되는 오늘입니다.





빛바래다

나의 맘 높은 만큼

그의 몸 높이 있어


여전히 바람 맞으며

여전히 비를 맞으며

우리 아픔 마주하며

오래토록 거기 있어

아픈만큼 빛바랬나


그의 바램만큼

정오의 빛 아래

초라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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