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예수님
예수님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것 같아서랄까 빈 십자가를 더 좋아합니다. 그러나 무언가에 끌려 주교좌성당 입구 외벽에 걸린 예수님 십자가상을 지나칠 수 없어 사진으로 담게 됐습니다.
그렇게 몇 주간 가만히 보니 가운데 빛바랜 모습이 눈에 켜켜이 담겨왔습니다. 그 모습이 꼭 나 때문인 거 같아 마음 참 먹먹해졌습니다. 조금만 힘들면 내 힘든 모습 알아주기를 바랐던 나, 그만큼 당신의 마음 조금도 돌아보지 못했던 시간들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그분의 빛바램은 남을 돌보지 못했던 시간만큼 비례하여 빛바랜 것 아닐까.." 생각하며, 빛을 바라기보다
예수님처럼 빛바래 져 누군가에게는 빛이 되기를 기도하게 되는 오늘입니다.
나의 맘 높은 만큼
그의 몸 높이 있어
여전히 바람 맞으며
여전히 비를 맞으며
우리 아픔 마주하며
오래토록 거기 있어
아픈만큼 빛바랬나
그의 바램만큼
정오의 빛 아래
초라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