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민 May 01. 2016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정채봉 시인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_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오늘은 내가 쓴 시가 아닌 정채봉 시인의 시로

어머니의 또 다른 그리움을 나누고자 한다.


아가일 때 어머니를 먼저 보내어 얼굴도

전혀 기억 속 잔상으로도 없던 시인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없지만, 제목이 주는 그 사무침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생각해본다.


매번 어머니의 시를 쓰며 그리워 하던 시인은

10여년 전 휴가를 마치고 하늘로 떠났다.


엄마의 얼굴을 몰랐기에 아마 엄마가 하늘에서

시인의 이름을 먼저 세차게 불렀을 것이다.

"채봉아!"

20살에 떠난 엄마는 항암치료로 빠진

아들의 머리를 보며 되려 낯설지 않았겠지..

처음 품에 안았을 때처럼

갓난 아기를 안듯 엄마로 품어 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억울한 일을 일러바칠 거 없이

그 포옹 한 번으로 그 온기 한 번으로

떠나 지낸 오랜 세월이 다 채워졌을 것이다.

수천 마디의 말로도 채울 수 없는 것.

포옹 한 번이 아니, 어쩌면 엄마가 이름을

부를 때 시인은 엄마의 흰 국화가 되었겠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떠실까.

할머니가 되어 가는 우리 엄마...

외할머니가 휴가 나왔으면 좋겠다.

얼굴을 보지 못해도 좋다.

그저 음성으로나마

"내 딸"이라고 말씀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엄마 눈물 흘리시겠지

그렇게 웃으시겠지.


내가 엄마의 미소가 되어 드랴야 겠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밥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