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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유진 Aug 24. 2024

ADHD가 별 건가요?

ADHD 약을 먹고 있습니다.

2023년 여름,

그 해도 능소화는 피어서

골목을 밝혔고,


그리고 은재는

그 여름에

ADHD 진단을 받았다.


ADHD 진단을 받았을 때

은재는 처음으로 의사의 말을 부정했다.

은재는 아주 착실한 환자로서

의사의 말에 거의 대부분을 수긍하고,

수긍하지 않아도

그렇지 않다고 말하지 않는 환자였지만,

그 말은 동의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은재는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 적이 없었고,

집중을 못하는 자신을 싫어했으며

그렇게 죽기살기로 해서 성과를 보았던

어린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중학생, 고등학생 때는

늘 책을 손에 쥐고 있었고,

TO DO LIST,

자신이 할 일을 계획적으로 처리했다.

그러니까

ADHD 환자처럼

분주하고 산만한 캐릭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의사가 은재에게 유년시절을 물어보기에

은재는 당황해하며

위처럼 대답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랬으면 그 시골 도시에서

그 대학을 갔겠느냐고

진부하지만 직절적으로 말하고 싶은 마음을 참았다.


그런데 의사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은재가 ADHD란다.


은재는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자신이 한 말을 후회했다.

은재는 그런 말을 했다.


선생님,
요새 집중이 잘 안 되는데,
그렇다고 쉬는 것도 잘 안 돼요.
쉴 때마다 불안해요.
조급하고요, 조바심이 나요.


그러자 의사는 은재에게

가끔은 주체할 수 없이 일에 집중할 때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은재는 맞다고 신나게 대답했다.

그래서 막 잠도 안 온다고.

그리고 의사는 은재에게 사람이 말을 하는 것을 잘 끊냐고 물었다.

은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는데,

그 이후로 의사 선생님의 말을 몇 번 끊었다.

그것을 자신이 먼저 깨닫게 되어서

은재는 멋쩍었던 기억.


하지만 부정했다.

그래서 약 처방도 거부했다.

돌아와 은재는 애인에게 물었다.


오빠
나 ADHD래.
그래 보여?


그러자 편견이 없는 나의 애인은

너 좀 산만해,

라고 대답했다.


정말 말 그대로 청천벽력이었다.

너무해.

너무해.

너무해.


그렇게 삐쳐서 한 동안 말도 안 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은재는 인터넷에 성인 ADHD라고 검색해 보았다.


카드뉴스 제작 / minjoo@hankyung.com


많은 검색 결과가 나왔고,

결과마다 달랐지만

(그래서 어느 부분을 신뢰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은재가 가장 공감을 많이 한 부분은 위와 같은 부분이었다.


위에 적힌 내용에

하나도 빠짐 없이 은재는 해당되었다.


특히나 아주 오랫동안 은재를 괴롭힌 고민.

'혼자 있고 싶지만 혼자 있음 외로워'의 감정이

ADHD 때문일 수도 있다니!

그 사실은 무척 놀라웠다.


그리고 은재가 책을 읽을 때

몇 번이고 문장을 다시 읽는 것도,


올해 하반기 내내

어떤 일을 더 우선해야 하는지 결정하지 못해

몇 개월을 허비했던 것도,


인정 욕구가 강한 만큼

자기 비하가 빠르다는 것도,


모두 ADHD 때문일지도 모른다니!


이 과정을 거치니

은재는 자신의 유년시절도 장담할 수가 없었다.

분명 ADHD는 유년기 때부터 발생한다고 하니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절대 아니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성인 ADHD는 대부분

우울증, 불안 장애와 같은 정신질환과 같이 나타나며


일부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우울증인 줄 알고 정신과에 방문했다가

ADHD를 진단받기도 했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은재는 검색 결과를 다시 한 번 읽고

자신의 책상을 보았다.

엄마에게는 정리가 된 것이라고 했지만

엉망진창이었다.


한 번 정리한다고 해서

다시 이 상태가 되지 않을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일단

은재 스스로가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둔 것인데



이런 사고조차 ADHD 사고 같았다.


그래서 은재는 다시 병원에 전화를 했다.

그리고 ADHD 약을 처방 받았다.


약을 처방 받으면서

은재는 자신이 어려서 ADHD일 수도 있다는 것,

그런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믿지 못해 의사에게 그 점을 물었다.

그러니 의사 선생님께서

성인 ADHD 경우

유전적인 요인

환경적인 요인

정신적인(뇌기능) 요인이 있지만,

그밖에도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휴.


내 유년기를 부정당할 뻔했어.


은재는 조금 안심하면서

ADHD 약을 먹기 시작했다.


ADHD 약에 식욕저하 부작용이 있다던데

그래서 살이 빠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그래도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애인이 은재에게 말했다.

인정하게 되면 편할 거라고.

그래서 은재는 캡슐로 된 ADHD 약을 바라보면서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

저는 ADHD 약을 먹고 있는데요.


그게 뭐 별 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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