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의 낙제

떨어지는 일

by 윤유진

은재는 이번 공모전에서도 또 떨어졌다.


또!


이번에 대체 몇 번째 떨어지는 것인지

은재도 가늠할 수 없지만

하여튼 또 떨어졌다.


심지어 이번 공모전에 당선된 사람은

은재와 대학 동문이었다.


그러니 더 크게 밀려오는 좌절감.


은재는 하루를 통으로 버렸다.



스크린샷 2024-12-07 103601.png 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



은재는 스물하나였을 때

그런 다짐을 했었다.


백 번 떨어지기 전에 포기하지 않으리!


하지만 사실 상 말이 백 번이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백 번이라면 백 번 이전에는 반드시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 '백 번'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투고한 것도 포함이라면

1/3은 낙제한 것 같은데..


그러니 지금 시점에선 백 번이라는 횟수는

다르게 다가왔다.


100번.


정말 그때가 되어도 성공하지 못하면 그만 둘 수 있을까?

자신이 재능이 없다는 걸 받아드릴 수 있을까?

소설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

.

.

.

그때가 되면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젊을까?

하고 싶은 일은 있을까?


무수한 질문들이 은재의 머릿속을 떠다녔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소설이라는 게,

소설을 쓴다는 게 은재에게 어떤 의미인지.


소설은 은재에게 연료였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었다.


고등학생 때 은재에게 글이란

언제나 흘러오는 것이었다.

길을 걸어가면서도 영감이 피어나서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은재에게 글이란,

소설이란 연료였다.


자신을 의미 있는 사람 취급하는 어떤 것.


물론 지금은 1년 동안 소설을

단편 소설 2편만 썼기 때문에

은재 자체가

고등학생 때와 비교하면 처참하다고 할 수 있지만.


언제나 그렇지만

지금 예전에 썼던 글을 보면

기이한 기분이 들었다.


이걸 정말 내가 썼다고?


그러면서 은재는 과거의 자신을 그리워하고

선망했다.

장편 소설을 쓸 수 있는 체력,

아니 정확하게는 두뇌의 체력이 되었다는 게 놀라웠다.


어쩌면 지금 글을,

소설을 포기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가끔할 때가 있다.


차라리 남들처럼 회사원이 꿈이었다면

이렇게 가난으로,

꿈으로 고생하지 않아도 될 텐데.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소재 노트를 보는데,

그러면

다시금 쓰지 않은 남은 소재가 아까워지고

기발한 생각을 했다는 점에서

대단해진다.


나 자신을 대단히 취급하다니, 웃기는 일이지만.


아무튼

소설가를 포기하기엔 스물여섯, 너무 어리다.


애초에 스물여섯 이전에 성공하려고 했던 마음이

너무 같잖을 정도로 어리석었다.


은재는 오늘은 수기를 쓰면서 다른 다짐을 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부딪혀보자.
재능 있는 사람 다음은
버티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야.


2025년의 목표는

5편 이상의 단편 소설을 쓰고

한 편의 장편 소설을 시작하는 일이다.


영감과 문장으로 가득한 2025년이 되길.


이전 10화어디까지 이야기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