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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회전문가 Oct 08. 2022

자려고 눈을 감으면

아무도 관심이 없다

이런 날 있지 않아?

창피하고 후회되는 기억들이 나의 축축하고 긴 머리채를 잡는 날. 그래서 밤새도록- 밤이 새도록- 까만 마음이 푸르게 바랠 때까지 머리를 흔들고 몸을 뒤척여보지만 도무지 마르지 않는 밤.

그런 날엔 내 몸에서 덜 마른빨래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아. 코를 막고 입으로 숨을 쉬어도 그 냄새가 맡아지는 것 같아. 나는 오늘이 그날이었어.


그럴 때면 조용히 죽음을 떠올려 본다.

왜 사는 걸까. 왜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느 날엔 꾸역꾸역, 또 어느 날엔 흐물텅하게 살아가면서 한 번도 이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못해.  


나는 가장 기쁜 날에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생각하고, 가장 슬픈 날에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생각해. 그럼, 잘 살기 위한 건 잘 죽기 위한 건가?

나는 농담처럼 자주 이렇게 너에게 말했지.

"여기가 지옥인 거야."

솔직히 말해서, 나는 전혀 농담이 아니었어. 진짜라고 믿고 있거든. 여기는 지옥이라고. 우리는 이미 한번 죽어서 지옥에 사는 벌을 받아 살고 있는 거라고.


나는 죽고 싶어. 죽고 다시 태어나지 않고 싶어. 그러려면 죄를 짓지 않고 죽어야 해. 행복하게 죽어야 해. 여한 없이 죽어야 해.

그러니까 내가 지금 울면 안 되는 거거든. 이렇게 우울에 빠져있으면 큰일 난다고. 이 상태로 죽으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몰라. 지옥에서 지옥 같은 삶을.


그러니까 나 - 누가 나 좀 비웃은 거, 잠깐 창피했던 거, 후회되는 거, 잘못한 거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으려고.

신경 쓰면 스트레스 받고. 스트레스 받으면 우울하고. 우울하면 불행하게 살고. 불행하게 살다 죽으면....


어차피 남들 기억 못 하는 거. 그렇지? 봐봐. 우리만 봐도 너와 나의 지난날을 돌려보느라 바쁜 걸.

걱정은 자만이고 오만이야. 과한 자기애야. 생각해 봐. 아무리 대단한 명작도 여러 번 돌려보지 못하는데, 도대체 스스로를 얼마나 잘났다고 생각하길래 사람들이 계속 볼 거라 믿는 건지.

내가 아직도 이렇게 이기적이다ㅎㅎ


그런 결론으로 너와 나의 이불 킥은 이만 여기까지 하자. 시간이 너무 늦었다. 오늘은 꼭 푹 자 길 바래. 행복하게 잠에 들자. 자다 죽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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