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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회전문가 Oct 20. 2022

보내지 못한 메세지

우리가 시절인연이 아니길

야! 잘 지내? 오랜만이야.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


너는 분명 나의 카톡에 있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채팅이 연결되는데, 그 작은 화면 한 번 누르는 게 어려워 이렇게 간단한 안부도 전하지 못하고 마음으로 편지를 쓴다.


너는 요즘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어? 잘 지내고 있는 거 맞지?

나는 여전히 운동도 조금 하고, 글도 쓰고, 가게도 열심히 운영하고 있는데 요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지 잘 안되네. 사업을 꽤 오래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도 잘 모르겠어.

가끔 책도 읽는데, 자꾸 좋아하는 장르만 읽게 되네. 이럴 때 네가 하나씩 추천해주는 책들이 참 좋았는데. 아직도 책 좋아하지? 좋아했으면 좋겠다. 나는 네 추천으로 좋아하는 작가가 늘었어. 그걸 말해주고 싶은데.


있잖아. 나는 네가 보고 싶어. 정말이야. 아이폰에 가끔 작년 오늘 - 2년 전 오늘 -이라고 추천 사진 뜨는 기능에 네가 나오면 너무 반갑고, 그때가 떠오르고, 너랑 다시 한번 만나서 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우리 같이 갔던 바다도. 생일 때면 같이 나눠먹던 케이크도. 시끄럽고 냄새나는 술집에서 혹시나 서로의 목소리가 안 들릴까 봐 목이 터져라 얘기하던 쓸모없는 대화도 다 그립다.


적고 보니 나 지금 굉장히 전 남자 친구 같네. 새벽에 자니- 하고 문자 할 것 같은 구질구질한 전남친. 뭐, 우정도 사랑의 일종이라니까 나는.... 전... 친구라고 해야 하나?


우리 정말 끝난 걸까? 질문이 다소 웃기긴 한데 나 진지해. 우리 싸운 적도 없잖아. 서로 불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근데 어느 순간부터 왜 연락하는 게 뜸해지고 어려워진 걸까. 왜 갑자기 마음이 그렇게 되어버린 걸까. 그게 너무 궁금해서 생각해봤는데, 서로 너무 배려하다가 멀어진 것 같아.


네가 취업을 해서, 내가 결혼을 해서, 네가 공부를 해서, 내가 가게가 바빠서...

이런저런 이유들로 혹시나 내 연락이 부담스러울까 봐. 바쁜 스케줄에 시간을 빼야 하는 일이 어려울까 봐. 미안할 일이 아닌데 미안하다 말할까 봐. 그러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지나버려서 이제는 정말 연락하는 게 특별한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


어쩜 길에서조차 한 번 안 마주치냐. 우연히라도 보게 되면 엄청 반가운 얼굴로 인사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이런 걸 시절 인연이라고 부른데. 자연스럽게 연이 끊어진 인연들은 모두 한 시절의 인연들이었다고. 그런데, 나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데 어쩌지. 나는 너랑 더 놀고 싶은데. 더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데.


그래서 더더욱 너한테 연락하는 일이 겁이 나. 네가 날 이미 지난 인연으로 대하면... 그래서 연락을 유보하는 걸지도 몰라. 우린 안 만나는 게 아니라 못 만나는 거라고. 그러니 너도 나처럼 아직 날 친구로 생각할 거라고. 이게 나의 한심한 생각이고 결정이야.


그렇지만 가끔은 굳이 고치려 들지 않고 내버려 두는 게 나을 때도 있잖아. 마치 잘 말려진 드라이플라워처럼, 괜히 새롭고 예쁜 곳에 옮기려다 바스러지는 것들도 있으니. 우리가 끊어지지 않았다면 언젠가 - 어디선가 만나리라 믿어. 믿고 싶어.


나는 멀리서 너를 응원해. 네가 행복하고 잘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어. 준비하고 있던 시험도 잘 봤고, 원했던 일들도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언젠가 만나게 되는 날, 즐거운 일들로 너무 바빴었다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나도 그렇게 말할 수 있게 노력할게. 우리 꼭 만나자. 내가, 연락할게. 보고 싶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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