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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시 Sep 27. 2024

유념





 날이 선선해지고 나서야 다시 글을 쓴다. 누구보다 게으르고 느리게 흘려보낸 여름을 이제 놓아줄 준비가 된 모양이다. 여전히 나는 성실함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이제 일 년의 절반이 여름이 되어 버렸으니 또 절반은 겨울일까. 여름엔 글을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던 것을 고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누군가는 봄도 가을도 없는 불행한 삶을 살아갈까. 숨을 내쉬기도 다시 삼키기도 어려운 하루들을 보낸다. 지친 몸을 이끌어 침대 위에 누워 눈을 감곤 뜨거운 태양 아래 가장 사랑하던 윤슬의 기억을 담는다. 습기를 머금어 눅눅해진 하루를 욕한 것이 바로 어제인데 이젠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에 툴툴거리는 금붕어 같은 삶을 살아가며. 곧 다시 작은 온기를 찾아 헤멜 계절이 오나 보다.

 

 회사가 망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일도, 사랑도, 삶도 쌓아 올리는 것은 오래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더라. 골목 어귀의 금이 간 담벼락을 보며 언젠간 무너지겠지 하고 지나가던 내가 밉다. 정작 무너진 것은 내 삶이었으니까. 혹시 그 담벼락도 걱정했을까, 마주 본 내게 그어진 금들을. 시간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추억을 만든다. 거지 같았던 그 회사를 위해서도 펑펑 울었으니 언젠가는 누구든 내 삶을 위해 울어주길 바란다. 그래도 인생의 가장 반짝이던 세월의 마지막을 담은 그 회사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비록 언젠간 무너질 것이었어도 작금의 일들은 적어도 우리들의 잘못은 아니었다. '삶은 결국 돌고 돈다'는 무간도의 대사처럼 내 삶도 한 바퀴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이다. 계절이 지나면 무언가 달라질까 했지만 여전히 무언가 쫓기듯 산다. 삶의 어느 순간엔 있기를 간절히 바라던 쉼표들을 통장에 쌓아둔다는 핑계로. 


이제 다시 삐걱거리는 지하철과 그림자에 엉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흘려보낼 하루들을 위로한다.

달려온 골목길 끝에 부디 애타게 찾던 것이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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