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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타이거 Mar 08. 2024

고속도로에서 타이어가 터졌다

내 계획은 하늘이 완성한다

타이어가 펑크 났다.


아침 일찍 행사가 있어서 며칠 전부터 머릿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을 했다.

혼자서 다 챙기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팀원들도 바빠서 도와줄만한 사람이 없었다.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 냈다.

계획대로만 흘러간다혼자서도 차질 없이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찍 일어나 서둘러 운전대를 잡았다.

고속도로에 올려 액셀을 밟았다.

머릿속으론 해야 할 일과 순서를 계속 되뇌었다.

그래, 이대로만 가면 문제없어!




문득 내 차만 뒤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액셀을 밟아도 속도가 안 올라갔다.

불길한 느낌에 사이드미러를 보니 뒷바퀴가 바람이 빠진 채 힘겹게 돌고 있었다.

급히 갓길에 차를 대고 긴급출동서비스에 전화를 했다. 위치를 설명하고 빨리 와달라고 부탁을 했다. 렉카만 신속하게 와준다면 아직 늦진 않았다.

하지만 고속도로 중간에서 멈춘 터라 시간이 걸렸다.


2시간 같은 20여분의 시간이 지났을까.

구세주와 같은 렉카가 도착했다.

하지만 간단히 때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고 했다.

우선 트렁크에 있는 스페어타이어로 임시 교체하고 정비소에 바로 가야 한다고 했다.

렉카는 날 구원해주지 못했다.


나의 완벽한 계획이 완벽하게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1부터 10까지 정해져 있던 최적의 프로세스를  단 한 개도 이행할 수 없었다.

망적이었다. 그리고 허무했다.

내가 그토록 열심히 고민해서 세운 계획이 한순간 물거품으로 변한 것이다.




서둘러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부탁을 하고, 상황을 정리하고 양해를 구했다.


렉카 운전석 옆자리에 앉았다.

바퀴를 조인 볼트가 잘 맞지 않아 빠질 수 있다며 40km로 고속도로를 달려야 했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다. 이제 아쉬운 마음도 사라졌다.

허탈한 마음을 달래며 정비소에서 새 타이어로 교체했다.


예상치 못한 사고는 늘 마음을 힘들게 하지만 그 힘든 마음 뒤로는 어김없이 감사한 마음이 따라온다.


타이어가 빠져서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아서 감사.

내 대신 업무를 도와주고 나를 걱정해 주는 동료들이 있어서 감사.

내 계획은 언제나 완벽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




그렇다. 우리의 계획은 하늘이 완성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의 계획도 완벽할 순 없다.

계획은 완벽할지 몰라도 실행까지 완벽하리란 보장은 없다.

사건, 사고는 언제든지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다.


물론 큰 사고로 이어지면 안 되겠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일상의 소소한 돌발상황들은 돌아보면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추억이 돠기도 한다.

반복되는 일상에 양념 같은 존재다.

그러니 내 뜻대로 안 되는 일들로 짜증 내고 분노하지 말아야겠다.

작은 사건, 사고들은 우리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없다. 그걸 대하는 우리의 마음만 지켜낸다면.


오늘 하루도 내 앞에 펼쳐질 양념 같은 사건들을 기대한다.

물론 마음속 짜증과 분노와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하지만 그만큼 대가도 충분하다.

그 사건들로 인해 내 삶에 새로운 경험이 쌓이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게 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그래오늘 내 타이어는 비록 쪼그라들었지만 내 삶은 그만큼 더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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