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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쏭이쌤 Oct 07. 2024

초등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를 들어갔습니다.

스물아홉 살 늦깎이 교대생 이야기

2024. 10. 6.


10년 만에 다시 본 수능에서 간신히 교대에 원서를 써낼만한 수능 성적을 받았다. 

지금 생각난 건데 가군에 청주보다 더 밑에 있는 지방에 있는 교대를 썼던 것 같다.

이미 결혼한 상태에서 청주 말고 다른 지역으로 학교를 다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면접도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추가합격으로 들어온 교대생활은 첫 아이 임신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입덧과 조별과제 및 시험 태교의 콜라보...


교대는 입학할 때 심화전공을 고르게 되는데 나는 4 지망인가에 컴퓨터교육과를 썼었다.

그런데 컴퓨터교육과가 당첨된 것이다!!!

컴퓨터 일이 싫어서 교대를 왔는데 컴퓨터교육 전공이라고???

이것은 운명인가... 를 되뇌며...............

처음 학교 로비에서 같은 과 학생들을 만난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나와 동갑이 3명, 나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 한 명, 나이가 마흔이 넘어서 들어오신 분도 있었다.

심지어 한 살 어린 동생은 나와 같은 회사를 다니다 온 것이다! (같이 아이 낳고 키우면서 졸업까지 함께 함)

나이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나이대가 비슷한 친구들은 큰 의지가 되었다.


교대는 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과목을 배운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체육, 컴퓨터, 실과, 도덕(윤리), 영어

각 과목의 교육과정이나 내용 등을 세분화해서 배우게 된다.

그리고 교생실습이 학년마다 있고 1학년 때 1주, 2, 3학년 때 2주, 4학년 때 4주 했었던 것 같다.

시간표도 거의 짜여서 나왔는데 나는 임산부의 몸으로 휴학을 2년 정도 하다 보니 시간표가 꼬여서 꽤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교대 1학년 1학기에는 서예 삼묵법을 배운 기억이 있다. 연하고 진한 색이 한꺼번에 화선지에 그려져야 하는데 잘 안 돼서 많이 연습을 했었다.

음악 강의에서는 국악 공연을 보러 갔다 와야 했고 단소도 배우고 시험도 봤다.

같은 과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밖에 나무 벤치 근처에서 단소 연습도하고 시험 볼 때는 떨리기도 하고 그랬다.

한국사 수업도 들었는데 강의 방식이 특이하고 유익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서울대에서 파견 오신 호랑이 교수님이셨는데 수업시간에 존다거나 집중을 안 하면 혼내셨다. 본인이 직접 만드신 교재로 한국사 수업을 하셨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토론을 해야 했다.

피아노도 배웠었는데 굉장히 나이 많은 특이하신(?) 교수님이 특이하게(?) 지도를 하셨는데

학생들의 반주를 듣고 뭔가 감으로 학점을 주셔서 반발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 교수님에 대한 전설적인 소문도 많았다. 음악 천재였는데 아들을 잃고 정신이 좀 이상해졌다느니... 학교에서 쫓아낼 수 없는 어떤 이유가 있다느니...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쓰는 강의도 있었다. (생각보다 학점을 짜게 줘서 아직도 기억에 남음..........)

체육 수업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시험도 있었는데 초기 임신부라고 말하고 안 할까 하다가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했고 성공했다!(이건 1학년 때는 아니고 나중에 복학해서 다니다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다.)

교생실습도 근처 초등학교에서 짧게 했었는데 배가 불룩 나와서 임신했냐고 물어보는 초등학생들도 있었다.


점점 배가 불러와서 똑바로 앉아있기가 힘들어지자 기말 시험을 보고 여름 방학을 했고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했다.


그렇게 가고 싶던 교대를 들어와 공부를 하니 모든 것이 행복하고 좋았다.

정말 즐겁게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심지어 육아의 힘듦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1년 후 복학을 해서 12학번 친구들과 교대를 다닐 때도 새롭게 만난 30대 또래들이나 과 친구들과 의지해서 열심히 다녔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교대를 들어가니 공부 말고 자꾸 다른 것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특히 대충 수업하는 강사들이나 교수님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만족할 수 있는 강의 내용이 아니면서도 학생들에게 관심이 없고 조별과제나 시키고 제멋대로인 강사나 교수들을 만날 때면 학점을 받는 입장에서 무력한 느낌이 들었고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었다.


그래도 좋은 친구들을 만나 의지하면서 4년의 시간을(나는 6년의 시간...ㅜㅜ) 보냈고(버틴 게 맞나)

임용고시를 보고 (임용도 재수를....) 그렇게 바라던 초등교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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