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쏭쏭이쌤 Feb 13. 2023

초등교사가 되고 싶은데 교대를 못 갔습니다.

- 일반대학을 입학하기까지 나의 이야기 2

2023. 2. 9.


교대의 문은 너무 높았다.


서울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던 나는 학급에서는 학교 성적으로는 중상위권에 속한 것 같다.

하지만 수능 성적이 낮았다.

책을 두루 읽는 편도 아니고, 학원은 다니는데 스스로 공부했던 기억이 별로 없다.

대신 학교 수업과 학원 수업은 정말 집중해서 들었던 기억이 있다.

시험공부도 늘 벼락치기. 시험 보고 오답노트도 안 만드는... 그런 학생.

고등학교 때 진로 관련 조사를 할 때 취미는 '아이돌보기', 장래희망은 '초등교사'였다.

목표는 뚜렷한데 초, 중, 고 학창 시절에 어떤 절실한 전환점 같은 것을 맞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그냥 누구나 그러는 것처럼 학교 다니고, 학원 다니고, 고3 때는 수학 과외도 받고 그렇게 수능을 보고 성적에 맞춰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 간 것이다.


2001학년도 수능은 엄청 쉽게 나왔다. 특히 언어영역이.

나는 시험운이 좋은 편이어서 1교시 언어영역과 2교시 수리영역을 보고 잘 봤구나 싶었다.

나는 언어적인 감각은 있는 것 같고, 수학은 과외를 받은 영향이 컸다.

그런데 나머지 과목들이 점수가 다 낮게 나왔다. 그 말인즉슨, 평소 공부를 많이 해야지 나오는 과목들은 다 못 본 것이다.

그해 수능은 쉬워서 점수가 잘 안 나오던 아이들도 점수가 많이 올랐다.

그래서 내 점수로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그 말은 다시 말해 교대에 들어가기엔 점수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오래 살아왔던 사람이 지방에 있는 대학을 생각하긴 힘들었다.

그렇다면 그래도 적성에 맞는 과를 선택했어야 했는데

성적에 맞춰 대학과 과를 결정해 버렸다.


서울의 한 4년제 대학교.

취직이 잘 될 것 같다는 정보전산학부.

컴퓨터공학과와 멀티미디어정보처리과, 정보통신과, 정보시스템과로 세분화되는 학부였다.

(지금은 명칭이 바뀌었을 것이다.)

내 적성과 1도 맞지 않는,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그런 전공이었다.

지금은 각광받는 (예전에도 각광받았을지도) 그런 과다.


대학교 1학년 수업을 듣는데 교양과목을 빼고 전공과목은 C, D 천지였다.

교수님들의 설명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냥 친한 친구들이랑 근근이 과제하고 겨우 시험 치고 그랬다.

교양과목으로 교직 과목을 들었는데 흥미롭고 재밌었다.

교직이수를 하면 교생실습도 나가고 교사 자격증이 나오는데 학점을 잘 받을 수가 없기 때문에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1학년까지 다니고 휴학을 했다.


집안이 부유한 것도 아니고, 내가 의지가 강한 것도 아니고

뭔가 재수를 한다거나 다른 걸 하는 건 엄두를 못 냈던 것 같다.


결국 엄마 쪽 친척의 도움을 받아 휴학기간 동안 태국 방콕에서 6개월간 거주를 하게 되었다.


나는 이상하게 고3 내내 초등교사가 안될 거면 해외에 나가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원(?) 기도(?)를 했었다.

공부는 안 하면서 그런 기도를 항상 했다.


그렇게 기회가 왔고, 나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과감히 잠시동안 한국을 떠나보기로 한다.

그것도 2002 월드컵 기간에!!! (월드컵을 한국에서 못 본 것이 평생 한이다. ㅜㅜ)

이전 02화 초등학생 때부터 초등교사가 꿈이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