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은 시끄럽지만 제 삶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잔잔하게 흘러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가끔 직장에서 마음이 복닥거릴 때가 종종 있긴 하지만 그로 인해 하루의 삶이 통째로 흔들리지는 않습니다. 예전보다 마음이 많이 단단해진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습니다.
생각을 붙들어 매는 사건과 갈등이 없는 일상이 낯설긴 하네요. 아무렇지도 않게 슬그머니 찾아들어온 평온함이 마치 제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훔쳐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합니다.
굴곡이 심했던 삶의 간극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느지막이 제 삶에도 운(?)이 찾아오고 있나봅니다. 별거 아닌 지극히 소소한 일상적인 운이지만요. 그래도 참 다행입니다. 제게는 올 것 같지 않았던 평범한 일상이 제게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
아마 이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불안으로 인해 찾아드는 고통을 피하려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누구나' 라는 단어 때문에 더 그런듯 싶습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는 것이 이리도 안정감을 주는 말이었던가요. 참 이기적인 인간인가 봅니다 저는.
불확실성에 대한 결과는 매번 인간이 예측한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수긍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합니다. <인간 본성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을 그냥 자연현상처럼 보라' 이것이 사람뿐만이겠습니까? 세상 모든 것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파독 간호원 출신의 재독 화가 노은님도 매일매일 벌어지는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수고스럽겠지만 그냥 날씨처럼 받아들이라 합니다. 그림도 인생도 억지도 해선 되는 게 없다고. 저절로 때가 되면 나온다고.
우리는 그저 자연의 한 일부일 뿐입니다. 생명력을 가진 인간 역시 자연처럼 순환합니다. 그 순환 속에 희로애락이 있는 것뿐입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자연이 변하는 것처럼 말이죠.
억지로 싸우다 보면 되는 게 없어. 싸운다는 건 버티는 거야. 그러면 빳빳해져. 부드러워져야 술술 풀리죠.
어느 하나 똑같지 않은 만물이 생명력을 갖고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서로의 다름이 도전이고 공격이라 생각하면 아마도 이 세상은 진작에 사라져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드라마를 보다가, 창밖 파란 하늘을 보다가, 오늘 계속 곱씹고 있는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다 문득 든 생각을 주저리 적어 보았습니다.
<참고도서: 자기인생의 철학자들, 인간본성의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