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야!
'뚜두둑 뚜두둑'
아침에 눈을 떠 몸을 뒤척이면 제일 먼저 들리는 소리다. 관절 마디 마디에서 맑고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누가 보면 나이를 꽤나 먹은 줄 알겠네. 뇌에선 이불 밖은 위험하단 신호를 보낸다. 한참을 이불 속에서 미적거리다 겨우 침대 밖으로 다리를 뻗는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나서니 그제사 정신이 든다.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자세가 바르지 않다 보니 오랜 시간을 앉아 있으면 허리와 고관절에 통증이 몰려온다.
이러다간 한방에 골(?)로 갈 것만 같다. 앞으로 10년 후, 아니 죽기전까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
'너 계속 이렇게 지낼래? 10년 후에 지팡이 짚고 걸을 수도 있어'
'헉, 아니야, 그럼 안돼에에에에~'
독서도 글쓰기도 동기부여가 잘 됐다. 하지만 이놈의 운동은 동기부여 조차 잘 되질 않는다. 누가 안 하려는 의지를 더 강하게 만드는 마법 가루라도 뿌린 것만 같다. 최면에 걸려도 단단히 걸린 것 같다.
일단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전부터 눈여겨 봐두기만 했던 책. 이영미 작가의 <마녀 체력>을 집어들었다.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책상 앞에 쪼그리고 앉아 13년 동안 에디터로 살아온 이영미 작가. 오랜 시간동안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다보니 그녀에게 남은 건 저질체력과 스트레스, 고혈압뿐이었다. 글노동자로 밥을 벌어먹고살던 마흔의 어느 날 자신의 저질체력의 회의를 느낀 그녀는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수영을 하고 달리기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자전거 동호회에도 나간다. 따라나간 동호회 사람들로부터 자극을 받은 그녀는 철인 3종 경기까지 도전한다. 신이 내린 대단한 체력을 지닌 자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운동에 도전하면서 체력은 점점 강해져갔고 대담하고 용기 있는 사람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갈 길을 아는 것과, 그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영화 <매트 릭스>의 모피어스의 대사-
이영미 작가는 좋아하는 책을 읽고 사는 것만으로도 꽤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리산이라는 거대한 자연의 벽 앞에 한없이 초라한 자신의 몸뚱어리를 보고 육체의 한계를 실감했다. 육체가 건강하지 않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도 오래 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그녀는 더 간절한 바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마음속에서부터 들려오는 간절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녀 역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무언가 결단을 내리고 실행할 때가 되었다는 마음의 소리에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아직은 그럴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핑계 대지 않았다.
처음엔 희미하게 들렸지만 그녀는 점점 선명해지는 목소리에 응답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며 성취감을 맛보았다. 성취감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할 용기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어제 보다 나은 오늘의 내가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집중하기를 반복했다. 하루, 이틀, 몇 개월, 몇 년이 지나자 운동은 어느새 그녀의 삶 일부로 자리 잡았다.
'용기'란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 이 두려움 보다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더 중요한 우선순위가 생기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그때는 뭣도 모르면서 철인 3종을 해내고 싶다는 열망이 물에 대한 공포심을 누른 것이다.
<마녀체력>
첫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이 경험은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큰 도전을 앞에 두고 움츠러들 때마다, 종종 써먹는 특효약이 되었다. 죽은 쥐가 둥둥 떠다니는 더러운 물에서 1.5킬로미터나 수영을 하고 나온 내가, 뭔들 못하겠는가.
<마녀체력>
<마녀 체력>의 저자가 경험한 바로는 우리를 매력 있게 만들고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것이 독서, 운동 그리고 외국어라고 한다. 특히 그녀는 운동을 통해 마술 같은 변화를 경험했다. 육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정신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쌓였던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지며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노력과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둘째,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셋째, 꾸준히, 오랫동안 해야만 효과가 나타난다. 넷째, 좋은 건 누구나 알지만 시급하지 않아서, 당장 실천하기 어렵다.
<마녀체력>
코미디언 박명수가'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진짜 너무 늦었다'라는 말을 했다. 한동안 이 말이 맞다고 생각했었다. 해야 할 이유를 찾아 움직이는 것이 너무 싫었다. 당시 나에겐 하지 말아야 할 나름의 합당한 핑곗거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이 탓, 세상 탓을 하며 무엇을 시작하기엔 이미 늦었다고 시작도 하지 않은 채 모든 것에 '포기'를 선언했었다.
그런데 이 말은 이제 나에겐 틀린 말이 되어버렸다. 작년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해 지금까지 해오고 있는 나를 보며 알게 되었다.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하는 건 분명 힘들었지만 의식적으로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삶의 일부가 되었었고 도전하고 싶은 것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인간의 뇌는 가소성이 있어서 쓰면 쓸수록 발달한다. 열망하는 것을 실천하면 뇌에는 새로운 신경회로가 자리 잡고 이것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자동 습관 회로가 생긴다. 이렇게 하나의 핵심습관이 바뀌게 되면 그 밖의 것까지 연달아 바뀌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운동이 일상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10년 동안 연구한 결과들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습관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 하다못해 일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운동을 시작하게 되면, 운동과 관계없는 삶의 다른 부분들까지도 부지불식간에 바뀌기 시작한다. 운동을 시작하면 식습관이 좋아지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담배도 덜 피우고, 동료들과 가족들에 대한 인내심도 깊어진다. 신용카드도 한층 절제해서 사용하고 스트레스토 덜 받는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에게 운동이 다른 변화를 광범위하게 끌어내는 핵심습관인 게 분명한 듯 하다."
<마녀 체력>p.142-<습관이 힘>인용
이제 나에게도 습관의 긍정적인 연쇄작용을 맛볼 시기가 온 것 같다. 이미 습관으로 자리 잡은 독서와 글쓰기를 좀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선 '운동'이 시급하다.
꾸준한 노력을 바탕으로 축척되는 시간을 힘을 믿고 실행에 옮겨 보자 생각했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게 있었다.
계단을 오르는 거야! 돈 안내고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운동부터 고고고!
우리 집이 13층이니 일단 주 3~4회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계단 오르기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퇴근 후 집에 올 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으로 걸어서 올라 온다. 일주일에 적어도 세네번정도는 계단을 이용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자동습관이 되어버려 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떠올려야 한다. 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게 쉽진 않아 퇴근하면서 속으로 이 말을 반복한다.
'집에 갈 땐 계단으로 계단으로'
미친년처럼 속으로 중얼거리다 보면 습관이 몸에 더 잘 배이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믿거나 말거나 ㅋㅋㅋ)
마흔 살은 흔이 생각하듯 인생의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시기가 아니다. 그러니 아무리 세상이 잔혹한 시그널을 보내도 절대로 주눅 들면 안 된다. 더 나아지는 걸 주저하지 말고, 더 도전할 수 있는 걸 포기하지 말자.' 아, 지금이 내 삶의 절정인가 보다' 싶은 때가 신기하게도 계속 찾아온다.
<마녀 체력>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늦은 때란 없다. 누군가 숫자를 들먹이며 우리가 도전하려는 것에 훼방을 놓는다면 이렇게 고하자! 내 인생은 신경 끄시고 너나 잘하세요!라고!
<참고도서: 마녀체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