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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kukuna Sep 04. 2019

시간가는 줄, 배고픈 줄도 모르고

내가 한 이 짓은 바로......

# 3일차 질문


'책' 어떻게 읽고 계시나요? 책 읽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제3자가 되어 글로 표현해봅니다.





그녀의 이름은 'YS'. 실명을 밝히기 꺼려 하는 그녀를 위해 간단히 'Y'라고 부르기로 하자. Y는 책이라고는 초. 중 때 읽은 것이 전부였다. 그때 가장 좋아하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은 <안네의 일기> <대지> <데미안> <테스> <좁은 문> 등등, 뭐 지금에도 청소년 권장도서라 불리는 책들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아! 그녀는 명랑소설도 꽤 읽었다. Y는 점점 어른이 되면서 책이랑은 담을 쌓고 살았다. 성인이 된 그녀가 언제 책을 읽었는지 손에 꼽으라면 당장에라도 꼽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녀가 갑자기 올해 음, 2019년 초부터 책을 읽겠다고 선언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스피노자의 명언을 삶의 모토로 삼았는지. 암튼 책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구분을 못했던 그녀는 현대사회의 문물을 이용하기로 했다. 이왕 읽을 거 양서를 찾아서 읽는 것이 좋겠단 생각이었다. 어차피 돈 주고 사서 읽을 책, 뭣 모르고 쓰레기 책 사서 읽다가 책을 가까이하겠다는 마음이 한 방에 달아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신중히 또 신중히 골랐다. 그녀는 아직 자신이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다양하게 책을 골라 읽었다. 그녀는 한 달에 네다섯권의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그녀는 책을 읽을 땐 항상 재즈를 듣는다. 따라쟁이인 Y는 하루키가 재즈를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후부터 책 읽을 때 재즈를 듣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콘트라베이스가 들어간 재즈 연주를 좋아한다. 그녀가 책을 읽을 때 제일 먼저 하는 준비가 재즈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일이다. 그리고 책상 위에 독서대를 펼치고 읽을 책을 올려놓는다. 책에서 간혹 마음을 끄는 문장이 있으면 행여 놓치기라고 할까 메모장과 펜도 함께 준비한다. 양반다리를 하고 의자 위에 앉는다. 그녀는책을 읽는 동안 자세가 불편한지 여러 번 앉는 자세를 바꾼다. 마음에 어떤 문구가 꽂혔다. 바로 필사를 한다. 이 문장을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해 펜을 놀린다. 필사를 마치면 다시 책에 집중한다. 그러다 가끔 어려운 문장들에 맞닥들일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쉬이 책장을 넘기는 걸 힘들어 한다.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난관에 봉착할 때가 종종 있는데 이때가 바로 그때다.



Y에게 에세이와 소설은 일상의 쉼표와 같은 책이다. 그래서인지 읽고 있던 책이 술술 읽히지 않으면  읽던 책을 덮고 바로  에세이와 소설로 장르를 변경한다. 그녀는 에세이를 집어 들고 침대 위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천장을 바라보며 책을 펼쳤다. 침대에서 읽다 보니 서서히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한다.배를 침대 매트리스에 맞대고 엎드리는 자세로 바꿨다. 왼쪽 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 책장을 넘기며 읽는다. 계속해서 졸음이 밀려와 도저히 참을 수 없자, Y는 벌떡 일어나 벽에 등을 기대고 쭈그리고 앉아 무릎에 책을 펼치고 다시 집중한다. 반짝했던 집중이 다시 흐트러지는 것 같아 음악 장르를 바꾼다. 힙재즈나 어쿠스틱 팝송을 쵸이스한다. 그녀는 주로 유튜브를 통해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바꿔 들어도,책의 장르를 바꿔도 몰입을 할 수 없는지 일어나 커피를 내리러 간다. 요즘엔 날이 더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기로 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초콜릿을 집어 들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책에 집중한다. 아메리카노는 책과 재즈와 환상의 조합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카페인의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는지 집중도가 조금씩 올라가며 무아지경으로 책속에 빠져든다.  


책 속의 인물들이나, 벌어진 어떤 사건을 보며 ‘어 이건 내 얘긴데!!’ 하다가, 저자의 탁월하고 수려한 글솜씨에 감탄하며 혼자 껄껄대며 웃기까지 한다. 이럴 때마다 그녀는 자신이 제대로 미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책 속에 한번 빠져든 그녀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 순간 허리가 뻣뻣해지고 목이 서서히 땡기는 걸 느낀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기지개를 한번 쭈욱 편다. 이제사 제법 시간이 흐른 걸 알아차린다. ‘꼬르륵~꼬르륵’ 뱃속에서 밥 달라고 요동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이제 슬슬 뭣 좀 먹어볼까 하며 양손으로 배를 퉁퉁 치며 냉장고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작성일: 19.9.3. am 6:00 and pm 5:40~6:00>

 

3일차 글쓰기 도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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