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못하는데 착하니깐 참으라구요?!!
이번 주(이번 달)에 당신이 미워했던 것에 대해 알려주세요.
어떡하겠어요.
그래도 사람은 착하고 성실하잖아요.
그러니깐 ㅇㅇ씨가 참아요.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 나를 괴롭게 했던 에너지 뱀파이어 동료가 퇴사를 하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매일 부정 에너지를 뿜어대는 동료가 나간다고 하니 속으로 얼마나 기쁘던지. 이젠 투덜과 짜증을 매일 안 봐도 생각하니 속이 다 후련했다. 그리고 들어온 다음 타자......
뒤이어 들어온 새로운 동료는 에너지 뱀파이어였던 동료와는 정 반대의 사람이었다. 그는 필요한 말조차 아끼는 사람이었다. 신이 아무래도 날 고난에 빠트려 시험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가 들어온 뒤부터 소통의 부재가 생기면 어떤 일들이 생기는지에 대한 새로운 체험들을 하게 되었다.
나는 매일 같이 그가 사고 친 일들을 뒷수습하기 바빴다. 내가 묻지 않으면 그 친구는 일에 대한 소통을 전혀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내가 묻고 되돌아오는 답은 늘 "예, 아니오" 이 두 마디였다.
그 친구가 들어오고 일 년 동안 많은 사고들이 있었다. 고객응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열이 받아 소리를 치는 고객들은 점점 늘어났고, 업장에서 화를 내는 고객들을 진정시키는 일은 늘 나의 몫이 되었다. 그렇게 자신이 친 사고를 내가 수습할 때마다 그 친구는 꼬리를 내 빼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나 몰랑'이라는 태도로 입을 꾹 다물고 시선을 회피했다. 사고 뒤수습을 마친 나에게 '고맙다. 미안하다'라는 한마디를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어느 날인가는 너무 화가 치밀어 그 친구에게 말했다.
"내가 왜 oo 씨가 벌인 일을 계속 뒤 수습해야 하는 거죠? 여기서 일한 지가 지금 일 년째예요. 이 정도 일했으면 일 돌아가는 걸 어느 정도 알아야 하는 거 아녜요? 모르면 물어보던가!? 말은 하지도 않고. 사고 치고 나서도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전달도 안 하고 가만히 있고. 사람이 실수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수는 나도 하니깐. 그럼 자신의 실수 때문에 누군가 그 뒤처리를 하고 힘들어하는 걸 보면 '미안하다. 고맙다' 이 한마디는 진심으로 해야 하는 게 사람 도리 아녜요? 대체 일을 하자는 거예요? 말자는 거예요? 대체 소통이라는 걸 할 생각을 안 하니. 내가 어쩌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매번 내가 이래라저래라 하면 그건 또 잔소리밖에 안되고 참. "
내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소통에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말은 죽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나는 하늘이 내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인가 보기 위해 이 사람을 내 곁에 두었나 보다 하고 매일 도를 닦는 심정으로 일을 했다.
그러던 9월 어느 날.
그 친구가 또 사고를 쳤다. 이번에도 역시 그 사고의 뒤 수습은 내 담당이었다. 이번 일은 내가 감당하기 힘들어 사장님에게 도와달라 요청했다. 그렇게 사장님과 둘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가 내가 '휴우'하고 큰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며 사장님이 말했다.
"oo 씨 힘들죠. 나도 알아요. 매번 이렇게 사고 치고 뒤 수습하고. 사람을 잘 못 뽑은 내 잘못이에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그래도 사람은 착하잖아요. 성실하잖아요. 그러니깐 oo 씨가 참아요."
젠장. 내가 왜 참아야 하는 건데!!
일 못하는 게 착하고 성실한 걸로
커버가 되는 거야?
성실은 일의 기본기가 수반된 다음에
성실이라는 말이 붙어야지!
아우, 이건 위로가 아니라
날 더 열 받게 하는 말이야!
착하고 성실만 하면 일은 못해도
상관없는 거야! 뭐야!
지랄 염병하고 자빠졌네!
그렇다. 나의 분노는 극에 차올랐다. 분노는 화산처럼 폭발했다. 착하니깐 성실하니깐 일 못해도 괜찮다는 말에 어이가 없었다.
내가 천국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아닌지 신이 날 시험하는 거라 해도 이건 너무한다 싶었다. 대체 내 몸에서 얼마 큼의 사리가 나와야 하는 걸까.
세상의 모든 신에게 고한다.
이젠 그만 날 시험하라고.
이 정도면 참을 만큼 참고 인내했으니
제발 좀 일 잘하는 동료를 내 곁에 보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