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부착이 가능하면 좋을 텐데 말이지.
쿵쾅쿵쾅
드럭 드르르르륵
탁탁탁
휴일이라 늘어지게 자보겠다는 야무진 꿈은
며칠 전과 같이 산산이 무너졌다.
윗집에서 이른 아침부터 대체 무슨 일을 벌이시는 걸까.
잠에서 덜 깬 어수선한 정신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화가 더해
난 또다시 분노에 차올라 타인의 사생활을 비꼬아 상상한다.
그들에게 죄수복을 입히고 쇠고랑을 채워
죄목을 하나하나씩 덧 붙이는 상상을 하며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래 사람이 사는 건데 소리 안 내고 어떻게 사니.
이해하자.
층간소음이 스님의 목탁소리라 생각하며
도를 닦는다는 마음으로
오늘 내 일상에 집중하려 애썼다.
오전 내내 들리던 소음은 많이 잠잠 해졌다.
간혹 무얼 내리찍는지 쿵쿵 거리지만
이 정도는 참을 만하다.
태풍이 온다고 해서 오늘은 집에서 책이나 읽자 했는데
베란다 창 밖으로 환한 햇살이 내리쬔다.
커튼을 젖히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뒤엉켜 제 빛을 선명하게 내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귀엔 많은 것들이 들린다.
윗집에서 탕탕거리는 소리
노트북으로 들리는 재즈 소리
창밖으로 들리는 차 소리
자판 두들기는 소리
누군가 고함을 치는 소리
왜 어떤 것들은 소음이라는 험한 표현이 붙고
왜 어떤 것들에게는 소리라는 얌전한 말을 쓰는 걸까?
받아들이는 이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의 형태
같은 소리지만
누군가에겐 소리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소음이 될 수 있는.
소음에 귀가 트이면 삶이 점점 고달파진다고
말하는 이들의 글을 읽노라니
무엇에 귀가 트이고
눈이 트이고
마음이 트이느냐에 따라
삶의 형태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윗집의 소음에 점점 내 귀가 트일까 걱정이다.
이럴 땐 막귀를 갖고 있는 게
오히려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눈 코 입 귀
탈부착이 가능해서
필요할 때만 장착하고
필요 없을 땐 조심히 떼어내
서랍 한편에 넣어 둘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아님 귀도 볼륨을 조절할 수 있어
소리를 받아들일 때
조금 더 작게
아님 아예 음소거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이러면 인간이 너무 기계 같아
재미도 매력도 없으려나.
소리가 어느 때에 소음이 될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다
온갖 잡다한 상상까지 하게 된 이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