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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kukuna Oct 03. 2019

이럴 땐 막귀가 오히려 좋은 것 같아.

탈부착이 가능하면 좋을 텐데 말이지.

쿵쾅쿵쾅

드럭 드르르르륵

탁탁탁


휴일이라 늘어지게 자보겠다는 야무진 꿈은

며칠 전과 같이 산산이 무너졌다.


윗집에서 이른 아침부터 대체 무슨 일을 벌이시는 걸까.


잠에서 덜  깬 어수선한 정신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화가 더해

난 또다시 분노에 차올라 타인의 사생활을 비꼬아 상상한다.

그들에게 죄수복을 입히고 쇠고랑을 채워

죄목을 하나하나씩 덧 붙이는 상상을 하며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래 사람이 사는 건데 소리 안 내고 어떻게 사니.

이해하자.

층간소음이 스님의 목탁소리라 생각하며

도를 닦는다는 마음으로

오늘 내 일상에 집중하려 애썼다.


오전 내내 들리던 소음은 많이 잠잠 해졌다.

간혹 무얼 내리찍는지 쿵쿵 거리지만

이 정도는 참을 만하다.


태풍이 온다고 해서  오늘은 집에서 책이나 읽자 했는데

베란다 창 밖으로 환한 햇살이 내리쬔다.


커튼을 젖히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뒤엉켜 제 빛을 선명하게 내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귀엔 많은 것들이 들린다.


윗집에서 탕탕거리는 소리

노트북으로 들리는 재즈 소리

창밖으로 들리는 차 소리

자판 두들기는 소리

누군가 고함을 치는 소리


왜 어떤 것들은 소음이라는 험한 표현이 붙고

왜 어떤 것들에게는 소리라는 얌전한  말을  쓰는 걸까?



받아들이는 이가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의 형태


같은 소리지만

누군가에겐 소리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소음이 될 수 있는.


소음에 귀가 트이면 삶이 점점 고달파진다고

말하는 이들의 글을 읽노라니

무엇에 귀가 트이고

눈이 트이고

마음이 트이느냐에 따라

삶의 형태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윗집의 소음에 점점 내 귀가 트일까 걱정이다.

이럴 땐 막귀를 갖고 있는 게

오히려 낫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눈 코 입 귀

탈부착이 가능해서

필요할 때만 장착하고

필요 없을 땐 조심히 떼어내

서랍 한편에 넣어 둘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아님 귀도 볼륨을 조절할 수 있어

소리를 받아들일 때

조금 더 작게

아님 아예 음소거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이러면  인간이 너무 기계 같아

재미도 매력도 없으려나.


소리가 어느 때에 소음이 될까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다

온갖 잡다한 상상까지 하게 된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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