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며 찾아낸 그것.
맞다. 진짜 공포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 혹은 부족한 것은 공포에 대한 상상력이 아니라 선(善)에 대한 상상력이 아닐까. 그리고 문학이 할 수 있는 좋은 일 중 하나는 타인의 얼굴에 표정과 온도를 입혀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러니 '희망'이란 순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들이 발명해내는 것인지도 모르리라.
김애란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
작가의 말처럼 문학은 죽어가는 생명체를 살려 내는 힘을 갖고 있다. 낯빛 어두운 인물도 어떤 문체 안에선 인간의 생기로움을 되찾기도 한다. 이런 문학의 힘을 느끼고 있노라면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 위해서라도 다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다. 그렇게 살아지다 보면 어느새 내 안엔 삶을 맞대면할 용기가 생기고 그 용기를 내세워 삶의 희망을 찾는 여정을 다시 시작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