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는 어른' 이 되자.
아아, 꼰대들의 시대는 갔습니다. 여기서 꼰대는, 나만 옳고, 내가 다 알고, 그러니 나를 따르면 된다는 사람을 말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저는, '꼰대가 아닌 어른'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렸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윗사람이라면 다 알아야 했습니다. 세월의 힘으로 누적된 지식이 중요했으니까. 늘 아랫사람보다 지적 우위, 상황적 우위에서 판단할 수 있었고, 그게 그들의 권력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세대를 불문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 잘 묻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다들 모르니까. 완벽하게 전체를 조망하는 사람이 있을 수 없으니까. 혼자 힘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시대는 빨리 변하니까.'묻는 어른'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어른'이 묻고 의지할 수 있다면, '나이 어린 스승'을 기꺼이 곁에 둘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놀라운 힘을 갖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유병욱 <평소의 발견>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발맞추기엔 너무 늦었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포기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멈추었다간 죽을 때까지 영원히 도태된 삶을 살 것만 같아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계속 두려움에 쌓여 후회만 하다 죽기는 싫었습니다. 나이라는 걸림돌 따위에 스스로 좌절하지 않고, 늦었다고도 생각하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건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하자 다짐했습니다.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내 스스가 먼저 아는 것이 배움의 시작이라는 걸 받아들였습니다. 쪽팔림 따윈 지구 밖으로 멀리 내던졌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했고,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는 남녀노소 나이를 막론하고 대답해 줄 수 있겠다 싶은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묻는 어른' 조금씩 되어가고 있습니다. 나보다 훨씬 더 뭘 좀 아시는 작가분이 이렇게 말해주니 뭔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집니다.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고 확인을 받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무지함에 대한 쪽팔림을 버리고 나니 삶이 이렇게 후련할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아주 가끔, 어떤 때에는 나의 무지를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럴 땐 '아~! 내가 지금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고 있구나. 비교하기 시작하면 모르는 것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거야. 그러니 이런 마음은 저기 안드로메다로 날려 버리자'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려 노력합니다.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입니다. 제가 모른다고 무안 주지 않고 저의 물음에 친절하고 상세히 대답해 주는 사람들이 제 주변에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저보다 어린 친구들도 있어요.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을 갖고 묻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어른이 되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계속해서 꾸준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눅 들지 말고, 쪽팔려 하지 말고, 모르는데 괜히 아는 척 자존심 내세우지 말고, 모르면 모른다고 당당하면서 정중하게 물으며 겸손한 자세로 배움을 계속해 나가야겠습니다.
제 곁에 계신 '나이 어린 스승님'께 이 글을 빌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