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본질은......
음악도 그렇습니다. 음악 외적인 것으로 사랑받았던 음악은, 그 '외적인 것'이 사라짐과 함께 초라해집니다. 결국은, 무엇이든 그것이 해당하는 분야의 본질에 얼마나 닿아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요? 이런저런 생각 끝에, 요즘은 그날 떠오른 문장을 조금 고쳐보는 중입니다. '누구나 흘러간 노래가 된다. 하지만 어떤 노래는 흘러간 뒤에도 멋지다.'영원히 새로울 수 없다면, 기왕이면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를 목표로 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훗날 나는 어떤 사람일까? 흘러간 유행 쪽일까. 시간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쪽일까? 오늘도 냉혹한 질문을 던집니다. 부디 훗날의 제가, 만족스러운 대답을 할 수 있기를.
유병욱 <평소의 발견> P.163~164
어떤 분야에 대한 본질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 대목을 잠깐 읽으며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떠오르더군요. 어떤 분야라...... 이게 꼭 일이어야만 할까? 전문성을 띤 어떤 일? 그럼 난 아닌데. 어떤 특정 분야에서 일하는 게 아닌데. 그럼 난 본질이라는 건 애초에 찾지도 못하는 건가? 아주 잠시 이런 부정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래. 어떤 분야에 대한 본질을 찾지도, 알지도 못했다면, 그 분야를 내 삶 전체라고 생각해보자. 죽을 때까지 살아가는 과정 말이야. 내 삶의 큰 틀에 대한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향하고자 하는 삶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거야. 이렇게 시작해 조금씩 생각을 좁혀가다 보면 내가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는 분야가 어떤 건지 알게 될 수 있을 거야. 내 삶의 본질. 이 말을 기억하자.'
작가가 '본질'이라는 단어 하나를 던져준 덕에 짧은 찰나의 순간에 제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네요. 어제의 '어린 스승님들'을 통해 배운 것과 오늘의 단어가 합쳐져 제게 삶의 한 가지 물음을 던져 주었어요.
'너의 삶의 본질은 무엇이니? 넌 시간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사람일까?' 작가가 스스로에게 냉혹한 질문을 던진 것처럼. 제게도 질문을 던져보았어요.
그러고 보니 어제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언급했던 '악동뮤지션'과 '아이유'를 좋아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었어요. 전 그들이 삶의 감정을 진솔하게 녹아 내려간 가사를 노래로 부르는 게 좋았어요. '아이유'는 곡을 쓰기 위해 매일 일기를 쓴다고 했어요.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적는다구요. 그것이 언젠가 노랫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핸드폰이든 메모장이든 순간 어떤 것들이 떠오르면 무조건 적어 놓는다고요.
아이유를 좋아하게 된 것도 그녀가 직접 곡을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악동뮤지션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러고 보니 전 삶에서 진솔하게 느낀 감정들을 타인과 교감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우리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삶의 어떤 부분들을 함께 교감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하거든요.
삶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진실하게 대하고 동시에 상대방과의 관계,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삶 전체도 진실하게 대 할 줄 아는 것 같아요. 진심을 담아 삶을 대하는 사람이야 말로 작가가 말한 그 '본질'이라는 것을 어느 분야에서든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고 매력 있는 사람. 내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타인에게 명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할 줄
아는 사람' 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아직 그 본질은 찾아가는 중이지만 너무 서두르고 조급해하지 않으려고요. 그러다 보면 또 스스로를 달달 볶아 어느 순간 '본질'이라는 단어와 멀리 떨어져 지낼지도 모르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이 책 앞부분에 작가가 진심에 대한 이야기를 한 부분이 있던 것 같은데. 다시 한번 훑어봐야겠어요.
요즘 이렇게 책을 읽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고, 드문드문 드는 어떤 생각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내가 몰랐던 저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참 신기해요. 글이라는 거. 타인의 삶을 드러낸 어떤 문장 안에서 그동안 몰랐던 나를 만나기도 하니깐요.
내일은 어떤 사람의 삶의 글귀에서 또 다른 어떤 모습의 저를 만나게 될까요? 그리고 어떤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될까요?
호기심 덩어리가 날마다 커져서 큰일입니다. 부피가 너무 커지면 제 마음 안에 담아둘 공간이 없을까 봐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아무래도 이 덩어리들을 조금씩 따로 떼어내어 곳곳에 숨겨 둬야 할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