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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kukuna Nov 08. 2019

사랑의 뿌리가 되어준 그대들이 유독 보고싶은 밤

모레 사랑하는 이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온다. 내가 제일 아끼는 이들. 삶의 밑바닥을 쳤을 때 떠나지 않고 묵묵히 곁에 있어 주었던 소중한 인연. 그들이 집에 놀러 온다길래 뭐 맛있는 걸 해 먹일까? 뭘 좋아할까? 며칠 전부터 고민했다. 잘하는 음식이 별로 없어 그나마 제일 자신 있는 갈비찜을 하기로 했다. 만들어 본 지 오래라 레시피도 뒤져보고 내일 장 보러 갈 목록도 적어 두었다. 고민하는 내내 그들의 얼굴이 떠올라 행복했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상상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겉모습은 중요치 않는다 해도 뭔지 모르게 나의 외적인 것들이 관계의 거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 물론 아직도 낮은 자존감이 큰 문제인 게 분명하지만, 때론 그 자존감이 문제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이나 어떤 미묘한 상황들이 분명한 이유일 때도 있다.


' 내가 이 나이 먹고 별거 아닌 삶을 살고 있어 그럴까? 나한텐 뭔가 배울 점이 없어서? 에이 아닐 거야'라며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자격지심이야. 이런 건 나에게 하등 도움 되지 않는 거니깐 이젠 이런 생각 그만하자' 하지만 문득문득 느껴지는 마주하기 싫은 익숙한 소외감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과 정신이 예전보다 단단해졌지만 이런 감정을 대하는 일은 아직도 서툴다. '그래 내가 뭐 어때서? 이 정도면 꽤 괜찮지? 그리고 난 앞으로 계속 성장할 사람인데? 누가 뭐라 그래?'라고 고개를 똑바로 들고 당당한 척하지만.


아니다. 나. 괜찮지 않다. 괜찮은 척하는 거 그거 다 거짓부렁이다.

솔직해지자. 아닌데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말자.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삶의 뿌리가 흔들렸을 때 땅에 다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땅을 파주고 흙을 덮어주고, 물을 주고, 다시 잘 자라는지 궁금해 몇 번이고 들여 다 봐준 나의 소중한 사람들.


어쩌면 삶이 순간순간 흔들릴 때마다 그이들이 내게 준 사랑으로 인해 지금의 내가 더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진솔하게 내어 준 사랑이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게 제일 큰 이유일지도.


몇 글자 써 내려가다 보니. 나도 꽤 괜찮은 녀석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 핫 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이가 자신은 참 보잘것없다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동백이를 소중하게 여겼던 것처럼 말이다.


나도 누군가엔 존재만으로도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다. 암. 그렇지. 난 그런 사람이지. 오래간만에 솜씨 한번 발휘해봐야지. 맛없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갈비찜은 자신 있잖아? 훕. 어서 오시오 친구들!!! 그대들이 오는 날이 기다려 진다오~!!!보고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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