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어들 시간이 있어야 맛있고 좋은 것 두 가지

내일 집들이를 위한 음식준비를 위해 오후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돌아와  갈비를 재어둘 준비를 했다. 고기는 한 시간가량 핏물을 빼기 위해 물에 담가두었다. 그동안 양념을 만들기 위해 사과 반쪽, 배 조금, 양파 반쪽을 믹서에  갈았다. 곱게 갈린 것을 확인한 뒤  본격적인 양념장 만들기 돌입. 레시피를 봐도 결국 내 맘대로 할 것이기 때문에 들어가는 재료만 기억해두었다. 요리는 결국 손맛이라며. 항상 감으로 요리 하는 나. 

 적당량의 간장과 소주 조금, 간 마늘 한 스푼, 생강가루 조금, 잘게 다진 파와 물을 적당량을 넣고 앞서 갈아두었던 재료들을 한데 섞었다. 핏물을 뺀 고기는 비린내 제거를 위해 월계수잎과 소주를 을 넣고 살짝 삶아주었다. 삶아진 고기와 양념을 넣고 잘 섞어 주었다. 미리 재어두면 양념이 잘 베어 맛이 좋다. 재어둔 고기가 가득 담긴 통을 들어 냉장고에 넣어 두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이 밀려왔다. 냉장고에 쓱 밀어 넣고 통을 두 번 툭툭 치며 ' 양념야 잘 배어들어라~얍!'하고 주문을 걸었다.

고기의 양념을 만들면서 내 사랑도 한 움큼 담았다. 양념 한 스푼, 내 사랑 백스푼. 하하하. 고기가 하룻밤 재어지는 동안 내 사랑도 아주 깊게 배어들겠구나. 내일 내 사랑을 그들에게 배터지도록 먹여야지. 하하하.

아쉽게도 내일 오기로 했던 친구 중 하나가 몸살이나 올 수 없단 연락을 받았다. 먹는 거 아쉽지 않도록 고기 엄청 많이 샀는데. 집이라도 가까우면 재어둔 고기 좀 갖다 주면 좋을 텐데. 아플 땐 잘 먹어야 낫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내어 줄 때 기분이 참 좋다. 이래서 사랑을 하는 건가 싶다. 받을 때보다 내어 줄 때가 마음이 더 편하다. 지금보다 어릴 땐 나를 챙기지 않은 채 막 퍼주기만 해 허탈감이 자주 밀려 오곤 했다. 대가를 바라지 않은 내어줌이라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내심 '내가 준게 있으니 너희들도 내게 뭐 좀 줘봐' 하는 보상을 바랐던 것이었다. 이것도 인정하기까지 참 어렵고 힘들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이젠 스스로를 돌볼 줄 알게 되면서 진정한 내어줌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알게 되었다. 나를 먼저 돌보는 일, 그것이 먼저 선행이 되어야 내 안에 에너지가 생기고, 그 에너지로 타인에게 베풂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를 돌보는 일에는 타인이 내게 주는 사랑을 기꺼이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포함된다. 한때 난 누가 내게 잘해주면 부담스러워 피하곤 했다. 내게 어떤 꿍꿍이가 있어 잘해 주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젠 그 의심도 내려놓았다. 완전히 내려놓진 않았지만. 가끔은 정말 꿍꿍이가 있어 다가오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그땐 예민하게 촉을 세워두어야 한다. 하하하.

갈비찜 이야기에서 샛길로 잠시 샜지만, 내가 하고픈 이야기는 '갈비도, 사랑도 적정한 시간 동안 재워두는 게 좋다.'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하하. 그냥 뭔가 쓰고 자야겠어서 갈비찜과 사랑에 대해 혼자 몇 자 지껄여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