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하나.

생일이라는 의미

by 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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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월 25일이다.

수많은 날 중 하나일 뿐이지만, 2와 25라는 숫자가 지닌 의미를 곱씹는 순간 그 하루가 조금 더 특별해지는 기분이 든다. 특히 어떤 일의 시작을 내포한 날짜라면, 그 날짜가 주는 오묘하고도 신비로운 감정은 배가된다. 생각해 보면 딱 스무 해 전쯤에 내가 세상에 태어났다는 뜻이니,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뚜렷한 감각 없이 막연한 기분이 스친다. 그래도 지금까지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사실, 그리고 앞으로도 생을 이어 나가겠다는 다짐이 함께 떠오르면서 생일이라는 것의 의미가 새삼 다가온다. 아마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런 의미를 한층 더 강화시켜 주는 듯하다. 나 혼자만의 생일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내가 존재하는 것이 감사하고 또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리라.


생일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과거를 강렬하게 추억하게 해 주면서도, 현재 내가 살아 있음을 환기시키고, 동시에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설렘을 품게 만든다. 어릴 적 부모님과 동생들이 함께 준비했던 작은 케이크,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던 웃음소리, 친구들과 식사를 하거나 선물을 주고받으며 깔깔거리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때의 오묘하고도 따뜻한 감정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니 감동스럽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번갈아 떠올리다 보면, 문득 앞으로의 생일이 찾아올 때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고 상상하게 된다. 아직 확실하지 않은 미래지만, 오늘 이렇게 남기는 글을 언젠가 다시 볼 수 있다면, 그 시점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마주하며 설렘을 느꼈으면 좋겠다. 입영까지 불과 며칠 남지 않아, 자기 계발은 어떻게 해야 할지, 복학 후에는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할지, 대학원 진학과 취직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등 고민이 늘어가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한다.


미래의 내가 지금 이 시간을 떠올렸을 때, 그때의 나는 더 큰 설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를 바란다.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또 현실에 휩쓸려 모든 걸 놓아버리지도 않으면서, 다시 찾아올 생일에 대한 작은 기대를 품은 채로 말이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나니, 하루쯤은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오늘은 2월 25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수도 있는 날이지만 그 속에 스며든 의미를 생각하니, 숫자 이상의 가치를 지닌 하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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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소속 KAIST 직업 학생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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