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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Apr 27. 2022

당신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나요?

봄이 성큼 다가와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가 싶었는데, 이젠 여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한낮 기온이 높아졌습니다. 저도 소매가 긴 옷들은 고이 접어 서랍에 봉인했어요. 행거 구석에 나란히 걸려있던 반팔 옷들을 꺼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답니다. 아, 에어컨도 틀었어요. 날도 더운데다가 습도까지 높으니 도저히 에어컨을 켜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에어컨 리모컨의 배터리를 교체하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잔뜩 묻은 것도 깔끔하게 닦았죠. 

어제는 퇴근 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잠깐 누워있었어요.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냥 그대로요. 온 힘을 다해 냉기를 뿜어내는 에어컨 밑에 누워 잠시 하루의 피로를 달랬습니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힘든 일이 있었는데, 잠시 눈을 감고 매트리스에 몸을 맡기니 두통이 좀 줄어들더라고요. 


한 3시간쯤 쉬었을까요? 자리를 털고 일어나니, 머리가 좀 맑아졌어요. 잡생각도 줄었고, 기분도 좋아지더군요. 그래서 바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노트북을 켜고 미리 작성해둔 원고를 다듬고, 바닥에 흩날리고 있는 머리카락들도 모조리 쓸어담았어요. 긴장한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이완해 줄 차 한 잔도 마셨습니다. 

이민호와 김민하의 열연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파친코의 원작 소설 2편도 마저 읽었어요. 넋을 읽고 몰입해서 읽어내린 뒤에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러고는 하루를 찬찬히 되돌아봤어요.


아침부터 출근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죠. 날이 더워지며 더욱더 존재감을 드러내는 곱슬머리를 간신히 혼신의 고데기질로 누르내렸고, 황급하게 화장을 했죠. 버스를 타기 위해 전력을 다해 정류장까지 달렸고, 회사에 도착해서는 새롭게 시작되는 프로젝트의 기획안을 만드느라 오전을 다 보냈어요.

점심시간에는 새롭게 합류한 어떤 동료의 황당한 실수와 실언을 수습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었죠. 이로 인해 기진맥진한 상태로 퇴근을 했고, 실내 온도가 너무 높아 에어컨을 켜고 한참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누워있었습니다. 계속 부정적인 마음에 사로잡혔고, 두통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졌지만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습니다. 

이 또한 다 지나갈 것이고, 
오늘보다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라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내 중심을 흔들림 없이 지키며
나는 나의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면 되는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으니 참 이상하게도 아니 신기하게도
더는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최악의 하루가 아닌
언제나 있었던 아니 있을 법한 평범한 하루로 탈바꿈하더군요. 

역시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나 봅니다. 

혹시 저 뿐만 아니라 당신도 
오늘 하루가 '최악'이었다고 느껴지셨다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일단 지친 몸을 충분히 쉬게 해준 뒤에
하루를 되돌아보며 마음을 다 잡아보세요. 

오늘 있었던 일들은 모두 지나갈 것이고, 
나는 더이상 오늘의 일을 곱씹지 않을 것이며 
타인이 아닌 오직 '나'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보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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