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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Nov 03. 2022

어떤 몹쓸 습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 지도 모를 나의 몹쓸 습관들. 몸에 진득하게 베여 도무지 털어낼 수조차 없는 나쁜 습관들. 새해 벽두부터 이 망할 습관들을 고치려고 부단히 애썼지만, 결국 조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누구에게 말하기도 부끄럽고 민망한 습관들이지만 오늘만큼은 털어놔야지. 때로는 그저 '툭'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개선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법이니까. 


▶ 몹쓸 습관 1 

지키지도 못할 계획을 세우고, 고통스러워 한다. 


출근하자마자, 스케줄러를 펼치고 분주히 펜을 들어 칸을 채운다. 30분 단위로 짜인 나의 업무. 잠시도 쉬는 시간 없이 촘촘하게 짜인 업무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분명 다 해내지 못할 것은 알고 있지만, 일 욕심으로 눈이 멀어버린 난 기어이 커다란 스케줄러 한 페이지를 꽉 채워버리고 만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아직도 엄청나게 남은 업무 목록들을 보며 한숨을 쉴 것임을 확신하면서도. 검은 머리칼을 쥐어뜯을 것이 분명하면서도 말이다. 

▶ 몹쓸 습관 2

30분마다 립스틱을 바른다. 


입술은 한 개나, 립스틱은 백여 개. 립스틱 없는 삶은 내게 지옥과도 다름없다. 메마르고 생기 없는 입술은 도저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내 입술은 항상 '핑크 코랄' 컬러여야만 한다는 강박. 살짝이라도 지워지면 곧바로 언제나 손 닿으면 뻗을 거리에 놓인 립스틱을 찾는다. 바르고, 또 바르고. 입술이 건조해서 갈라질 때까지, 켜켜이 쌓인 각질 탓에 발색이 되지 않을 때까지 덧바른다. 덕분에 입술 상태는 늘 최악. 그러나 생기 없는 입술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 몹쓸 습관 3

가방 사는 것이 인생 최대의 낙!


언제부터 '가방 중독자'의 삶을 살아온 것인지는 모르겠다. 옷이나 신발에도 욕심이 없지만, 유난히 가방에 대한 열정은 남다르다. 아니, 집착이라도 해두자. 명품 가방을 사들이는 것은 아니나, 디자이너백부터 에코백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가방'이라면 다 좋다. 8평 남짓한 원룸 행거에는 옷보다 가방이 더 많이 걸려있다. 함께 사는 동생의 잔소리가 매일같이 쏟아지지만, 어쩌겠는가. 나의 유일한 낙이라면? 그러나 웃긴 건, 정말 어이가 없는 건 막상 그렇게 사놓고 늘 몇 가지만 들고 다닌다는 사실. 이 부분을 지적하면 뭔가 쥐구멍으로 숨고 싶어진다. 


▶ 몹쓸 습관 4

가장 현명한 스트레스 해소 방법, 먹방. 


스트레스를 무엇으로 풀어야 할지 모르겠다. 두피에 열이 쏠릴 정도로 괴로운 날에는 어김없이 맵고, 짠 음식이 당긴다. 아, 톡톡 쏘는 콜라도 말이다. 그렇게 미친듯이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냐, 그것도 아니다. 위가 안 좋은 나는 무턱대고 먹어댄 음식들을 미처 소화하지 못하고 결국 속이 좋지 않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만 한다. 악순환의 반복. 이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데,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도무지 음식들을 털어 넣는 것 외에는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해소할 방법이 떠오르지가 않는다. 야속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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