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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Nov 30. 2022

오늘 난 당신을 불러요

유난히 오늘은 힘든 하루였어요. 창문을 세차게 때리는 바람 탓에 이른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 몸을 움직였습니다.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냉랭한 집, 잠옷 속을 파고도는 한기에 주방으로 달려가 차를 끓였습니다. 당신이 선물해준 찻잎을 넣고 한참을 우려 그걸 마시며 얼어붙은 몸을 녹였습니다. 온몸을 타고 퍼져 흐르는 온기를 마음껏 누릴 새도 없이 출근 시간이 다가왔어요. 


당신이 선물해 준 샴푸로 머리를 감고, 햇볕에 잘 말린 수건으로 물기가 가득한 머리칼을 닦았어요. 어제의 피로가 사라진 얼굴에 빠른 손놀림으로 로션을 바르고, 집을 나섰습니다. 분명 당신이 내가 따뜻하게 겨울을 나길 빌며 선물해 준 목도리를 둘렀는데도 눈물이 고일 정도로 추웠어요. 살을 파고드는 추위에 옷깃을 자꾸 여몄지만 소용이 없더라고요.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게 없으니, 나는 그저 당신을 생각하며 추위를 견뎠습니다. 당신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해지니까요. 


출근을 해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대충 끼니를 때우고, 쌓인 업무들을 해결했습니다. 오늘은 유독 힘든 업무가 많았어요. 1부터 10까지 모두 제 손을 거쳐야만 하는 그런 업무들이었거든요. 머리칼을 쥐어뜯으면서 업무들을 처리하며 나는 마음 속으로 당신을 불렀습니다. 당신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드디어 회사를 떠날 시간, 퇴근을 하며 당신에게 전화를 겁니다. 어쩌면 나보다도 더 바쁠지도 모르는 당신은 내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울리는 신호음을 들으며 나는 또 당신을 마음속으로 불렀습니다. 당신을 부르면서, 당신의 전화를 기다리면서 나는 귀가 얼얼할 정도로 강한 추위를 이겨내며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나와 330km나 떨어진 곳에 있지만, 오늘 나는 모든 순간을 당신과 함께했습니다. 마음속으로 당신을 부르면서, 당신이 곁에 있길 바라면서요. 


당신도 오늘 나를 많이 불렀나요? 나를 필요로 했나요? 얼마나 나를 생각했나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마음속으로 나를 애타게 불렀다면, 나 역시 그러했다는 것을 당신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우리는 서로를.

우리는 그렇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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