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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May 03. 2023

예비 신랑이 내게 건넨 특별한 선물

주례 없는 결혼식이 어설프게 진행되지 않도록

한정된 예산 속에서 결혼 준비를 하려면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선택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딱 한 가지만 욕심냈다. 그게 바로 결혼 반지였다. 특별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평생을 소지하고 있을 반지니까 가장 좋은 것으로 하고 싶었다. 사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난 굵기의 다이아가 박힌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예전부터 꿈꿔왔던 브랜드의 제품을 결혼 반지로 선택했다. 예비 신랑은 차라리 예물샵에 가서 하는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나는 한사코 그 브랜드를 고집했다. 결국 해당 브랜드에서 대대적인 인상을 하기 전, 아주 최적의 타이밍에 웨이팅 없이 초스피드로 결혼 반지를 내 품에 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또 하나 욕심나는 부분이 생겨났다. 다름 아닌 '결혼식 사회자'였다. 애초에 주례 없이 예식을 진행하기로 해서, 담당 플래너님께 요청드려서 전문 사회자 미팅을 잡아둔 상태였다.


그런데, 예비 신랑 휘하의 직원 자녀분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해당 예식을 담당했던 사회자님께 푹 빠지고 말았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쯤으로 추정되는 여성 사회자분이셨는데, 인간극장 초창기 내레이션을 담당하던 이금희 아나운서처럼 목소리 톤이 정말 좋았다. 그리고 진행 역시 특별했다. 단순히 판에 박힌 식순을 읊는 것이 아닌 신랑과 신부의 스토리를 계속해서 전달해 주셨다. 또한 식순 하나하나의 의미까지, 풀어서 이야기해 주시는 것을 보고 그만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나는 예식이 끝나기도 전에 예비 신랑에게 요청했다. 직원분께 요청해서 저 사회자님의 번호를 좀 받아달라고.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예비 신랑은 직원분께 번호를 받아주었고, 나는 그분을 섭외할 수 있었다. 계약금이 아닌, 비용 전액을 입금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예비 신랑은 내가 그렇게 원한다면 바로 입금하겠다고 말해주었다. 출장비도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문 사회자보다는 비용이 있는 편이었지만, 예비 신랑은 나의 선택을 지지하며 곧바로 비용을 지불해 주었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지 않고, 그저 예비 신부가 원하니까 당연히 해야 된다고 의견을 따라주고 곧바로 실행해 옮겨주는 우리 예비신랑. 항상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오늘은 더 고맙다고, 당신이 있어서 나는 정말 행복한 결혼식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더 격렬하게 고마움을 전해야겠다. 


마음에 쏙 드는 사회자님을 구했으니, 이젠 예식 구성만 잘하면 된다. 분명 쉽지는 않겠지만, 마지막 타임대 결혼식인 만큼 어느 정도의 자유가 허락되니, 마치 한 편의 뮤지컬 같은 예식을 만들고 싶다. 가능하다면 예비 신랑과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싶은데, 그리고 업체가 아닌 직접 내 손으로 만든 영상도 틀고, 하객용 테이블도 예쁘게 꾸미고 싶다. 지금 살고 있는 서울이 아닌, 본가가 있는 경주에서 하는 예식이기에 분명 준비 과정이 수월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늘 내 뜻을 따라주는 예비 신랑과 함께 뜻을 맞춰 최고의 결혼식을 만들어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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