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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Sep 05. 2023

예비 신혼부부가 건넨 특별한 선물

양가 어머님들께 존경과 사랑을 담아

우리 부부가 양가 어머님께 선물한 18k 목걸이


결혼을 앞두고 양가 어머님들께 특별한 선물을 해 드리고 싶었다. 우리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어머님들께 어떤 선물을 해 드리면 좋을까 오랫동안 고심했다. 흔히 한다는 명품 가방은 뻔해서 싫었다. 게다가 어머님들의 성향에도 맞지 않았다. 사치는 일절 하시지 않는 분들. 평생을 검소하게 살아온 분들이라 뜬금없는 명품백 선물은 도리어 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컸다. 이 부분은 예비 남편과 나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했다. 스카프 선물도 할까 고심했지만, 두 분 다 즐겨하는 아이템이 아니라 건너뛰었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것이 목걸이였다. 


평생을 유행타지 않고 소장할 수 있는 아이템. 게다가 금이라면, 소장 가치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마침 우리가 서브 웨딩링을 구매했던 종로의 귀금속 가게가 떠올랐다. 사장님이 친절하시고 또 직접 디자인을 하시는 터라, 분명 그곳에 가면 마음에 드는 것이 있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치수를 늘려달라고 요청했던 남편 반지를 수령하러 가야 했던 상황이라, 방문한 김에 양가 어머님께 어울릴 디자인을 꼼꼼하게 살피고 돌아왔다. 눈썰미 있는 사장님은 나의 취향, 그리고 동년배 어머님들의 취향까지 고려해 몇 가지 디자인을 보여주셨고, 그중에서 가장 세공비가 비싼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하면서도 은은한 매력이 있는 디자인. 


얼마 뒤, 예비 남편과 함께 다시 종로 귀금속 상가를 방문했다. 다시 한번 여러 디자인을 봤지만, 성에 차지 않았고 결국 처음에 봤던 가장 값비싼 디자인으로 골랐다. 비용이 만만치 않았지만, 거기서 반지 2개와 목걸이를 이미 구입했던 터라 사장님께서 기분 좋게 할인해 주셨다. 나는 예비 시어머님 목걸이 비용을, 예비 남편은 우리 엄마의 목걸이 비용을 전액 현찰로 지불했다. 그리고 특별히 부탁드렸다. 양가 어머님들께 드리는 깜짝 선물이니 세공에 최대한 신경 써주시라고. 


열흘이 흐르고 목걸이를 찾으러 가는 날. 사장님은 아마 깜짝 놀랄 거라며 어머님들의 목걸이를 꺼내주셨다. 과연, 정말 영롱하더라. 같이 찾으러 간 친동생도 깜짝 놀라며 연신 예쁘다고 칭찬했다. 사진으로 받아본 예시비 신랑도 같은 반응이었다. 따로 보자기로 포장을 할까 하다가, 투박하지만 진심을 전하는게 우선이라 외부 케이스에 각자 메시지를 남겼다. 


그리고 대망의 지난주 수요일. 우린 양가 어머님들께 목걸이를 전했다. 어머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사위가 전한 특별한 선물을 받은 우리 엄마의 눈에는 감동이 일렁였다. 곧바로 거울로 달려가 목걸이를 착용해 보는 엄마의 모습에 나도 가슴이 뭉클했다. 로즈골드 컬러는 엄마에게 무척 잘 어울렸다. 디자인도 엄마의 분위기에 딱이었다. 예비 신랑은 엄마에게 목걸이를 건넬 때, 무척이나 떨렸다고 했다. 혹시나 마음에 안 드시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아이처럼 좋아하셔서 참 다행이라고. 목걸이로 향한 엄마의 시선은 오랫동안 거둬지지 않았다. 역시, 목걸이를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 


예비 시어머님도 비슷한 반응이셨다. 내가 수줍게 목걸이를 건네자, 설레는 표정으로 착용하셨다. 옐로우 골드 컬러는 어머님께 참 잘 어울렸다. "나 목걸이 많은데~유정이나 예쁜 거 사지"라고 하셨지만 손은 계속해서 목걸이를 매만지고 계셨다. 표현은 서투셨지만, 어머님의 얼굴 표정과 제스처에서 지금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우신지 엿볼 수 있었다. 뿌듯했다. 우리 엄마도, 어머님도 너무 기뻐하셔서. 오랫동안 양가 어머님들 목에서 우리가 선물한 목걸이가 반짝이며 영롱함을 뽐낼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했다. 


값비싼 명품 가방보다 더 값졌던 우리의 선물. 양가 어머님들이 만족하셨기에 더더욱 보람차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이것보다 더 좋은 선물을 드릴 수 있기를. 


엄마, 어머님. 

저희를 낳아주셔서 

그리고 이렇게 키워주셔서,

또 결혼을 축복해 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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