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세이스트 Mar 13. 2024

#1 결혼 3개월 차, 아이가 생겼다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두 줄이었다. 테스트기에 새겨진 또렷한 두 줄. 생애 가장 경이로운 두 줄을 눈으로 확인한 나는 화장실에서 뛰쳐나가, 남편에게로 향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내게서 테스트기를 받아든 남편은 선명한 두 줄을 확인하고는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마흔이 되어 아빠가 된 남편의 뜨거운 눈물에 나도 옆에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다. 


행복한 울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우리는 한참을 어깨를 들썩이고, 숨을 거칠게 몰아쉰 후에야 다시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2024년 2월 4일. 우리는 그렇게 소중한 생명의 존재를 확인하게 됐다. 일요일이라 정확한 확인이 어려워, 다음날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고 아기집과 난황을 볼 수 있었다. 산부인과에서 임신 확인서를 발급받고, 초음파 사진을 받는 순간 남편은 그곳이 병원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로 펑펑 울었다. 당사자인 나는 되려 담담했으나, 초음파 사진을 붙잡고 한참을 우는 남편으로 인해 나까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린 진료와 수납까지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산부인과를 떠날 수 없었다. 


8년의 연애, 그리고 결혼.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그도 아이를 많이 기다렸을 것이다. 그의 마음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난 신혼을 충분히 즐기고, 결혼 준비를 하느라 미처 못했던 과업들을 끝내고 천천히 아이를 가질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결혼한 지 3개월이 될 무렵 아이가 찾아왔고 그렇게 나는 엄마가 됐다. 


남편은 원래도 다정한 사람이었다. 내게 있어선 흠잡을 곳 없는 최고의 동반자였다. 이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완벽한 사람이었는데, 임신 후에는 더 놀라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예상했던 범위를 뛰어넘어 훨씬 더 많은 것들을 해주고 있다. 살림부터, 나를 케어하는 부분까지, 스케줄 근무를 하면서도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있다.

입덧 탓에 새벽에도 2시간 간격으로 깨는 나로 인해 숙면을 취하지도 못하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배를 쓸어주고, 등을 두드려주고, 매실을 타주고, 마사지를 해주는 남편 덕분에 임신 중임에도 큰 감정 기복 없이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됐다. 


물만 마셔도 화장실로 달려가는 '입덧 지옥'을 겪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편안하다. 모든 것을 함께해 주는 남편 덕분에. 항상 나를 위해 애써주는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오늘로 10주 6일차에 접어들었다. 내일이면 11주가 될 것이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는 게 이렇게나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나 싶다. 생애 처음 겪는 특별하고도 소중한 경험. 지금 이 순간에도 부지런히 성장하고 있는 뱃속의 아이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힘내라는 응원도 함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