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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Dec 21. 2021

내게 1억이 생긴다면 해보고 싶은 일

어느 날, 갑자기 1억이라는 거액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그 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가?
 
 난 이런 곳들에 쓰고 싶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곳들에.
 
 1. 내 이름을 건 책방을 열고 싶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1억이 생긴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1억 정도면 책방의 보증금과 월세 1년 치 정도는 거뜬히 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경주에서 한다는 가정 하에. 스토리지북앤필름, 인덱스 등 유명한 책방을 보면서 항상 부러워했다. 나도 언제쯤 수많은 책들이 진열되고,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저런 공간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하고.
 
 회사에서 돈을 열심히 벌어, 모으고 또 모아 마흔이 되면 차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1억이 주어진다면 뭐하러 그러겠는가.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두고, 책방의 문을 열고 싶다. 그래서, 어른은 물론, 아이들을 위한 책들도 많이 매입하여 그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 
 
 2. 제로웨이스트 캠페인을 개최하고 싶다.
 
 지구는 점점 병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시국을 맞이하면서 더더욱. 외출이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배달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고, 이는 엄청난 일회용품 쓰레기들을 양산해 내었다.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각각의 건물마다 배달 음식으로 인해 생기게 된 일회용품 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런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우리에게 계속하여 이상 신호를 보내며,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는 지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바로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다. 비닐 대신 에코백을 사용하고,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불가피하게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는 일회용 수저를 받지 않는다고 표기하는 것. 작은 행위들이 모이고 모이면 지구의 고통을 조금을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제로웨이스트가 연일 화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이들에게 제로웨이스트는 무엇이고, 어떤 제품들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 알려주는 캠페인을 열고 싶다. 1억이 생긴다면, 아주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시도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3. 오갈 곳 없는 이들을 위한 작은 쉼터를 만들고 싶다
 
 서울역에 갈 때면 눈을 질끈 감는다. 이 엄동설한에 추위에 벌벌 떨면서, 오고 갈 곳 없이 웅크리고 있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안타까워서.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 반년 전, 어떤 할머니 한 분이 서울역에서 나를 붙잡고 제발 돈 좀 빌려달라고 부탁하셨다. 너무 애절한 눈빛에 가슴이 철렁했다. 며칠을 꼬박 굶으신 듯, 왜소하셨고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시지 않았다.      

기차에 타면 마시려고 샀던 따뜻한 고구마라테를 일단 드렸다. 어리둥절한 눈으로 쳐다보시는 할머니께 “이거 마시면 몸이 따뜻해져요”라고 말씀드리고, 황급히 ATM기로 달려갔다. 3만 원 정도를 뽑아서 다시 할머니가 서 계신 곳으로 돌아가서 드렸다. 그러면서 “오늘은, 추운데 제발 집에 들어가셔서 이걸로 맛있는 거 사드세요.”라고 말씀드렸다. 미소를 되찾으신 할머니는 내게 “학생, 정말 고마워요”라고 답하시며 유유히 멀리 사라지셨다. 
 
 돈을 드리고 기차를 타러 플랫폼에 올라오는 길, 그런 생각을 했다. 눈과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저분들이 잠시라도 쉴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1억이라면 서울역 근처 후미진 골목에 작은 월세라도 얻어서 그분들이 따뜻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따뜻한 물도 마시고, TV도 볼수 있으며, 낮잠도 잘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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