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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Dec 22. 2021

위경련, 제발 이제 그만!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면, 
어김없이 나를 찾아오는 것이 있다.

바로 '위경련'이다.

위경련이란, 위장의 운동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과도한 수축을 일으켜 명치끝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난 오랫동안 위경련에 시달려 왔다.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위경련은 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위경련을 해결하기 위해서 난 갖은 방법을 시도했다. 대학병원에서 약 처방도 받아서 장기간 복용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반 년마다 위 내시경을 해보기도 했고, 한약을 먹어도 봤지만 역시나 크게 차도가 없었다.

평생 위경련을 안고 살아가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외숙모께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셨다. 위에 좋은 '마즙'을 선물로 주신 것이다. 맛이 상당히 역했지만, 마시려면 반드시 코를 막아야 했지만 꾹 참고 2년이 넘도록 마셨다. 그 결과, 난 드디어 위경련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고, 스트레스를 받은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많아지니 결국 다시 위경련이 몸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특히 어제는 하마터면 죽을뻔했다. 새벽부터 위가 쥐어짰다. 급한 대로 겔포스를 3팩이나 들이부었지만, 여전히 통증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출근은 해야 되고, 위는 아프고... 겔포스로는 어림도 없으니 진통제까지 먹었다. 혼자서 해볼 수 있는 건 다해봤던 것 같다. 결국 출근하자마자 내과에 갔다. 원장님은 내 상태를 점검하시더니,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셨다. 이럴 때는 겔포스가 효과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결국 먹는 약으로도 부족하다고 하시어, 곧바로 치료 수액을 맞았다. 

15분쯤 맞았을까. 통증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제야 정신이 좀 맑아졌다. 정신을 차린 틈을 타, 거울을 봤더니 몰골이 엉망진창이었다. 헝클어진 머리부터 정리하고, 립스틱도 다시 발랐다. 간호사는 일어서려는 나를 말리면서 '조금 더 쉬다 가세요'라고 말했지만, '저 오늘 할 일이 좀 많아서요'라고 대답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에 돌아와 자리에 앉으면서 곧바로 후회했다. 간호사 말을 들을걸...
손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일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상사는 내 상태를 보더니 집에 빨리 들어가라라고 권했지만 오기로 끝까지 참았다. 괜히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놈의 위경련을 어떻게 해결할까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내린 결론, 다음 달에 위내시경을 해서 정확한 위 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치료와 식이 요법을 병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최대한 스트레스 받을 일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난 예민한 사람이니까. 작은 변화에도 날이 서는 사람이니까. 조금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머리를 쥐어뜯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그랬다간, 난 영원히 위경련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바뀌어야 한다. 바뀌어야 더는 통증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래야 위경련 없는 건강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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