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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Feb 24. 2022

우리 집, 공시생 끝까지 힘내자!

요즘 우리 집에는 긴장감이 넘친다. 함께 살고 있는 여동생의 국가직 공무원 시험일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 시험은 4월이다. 이제 한 달이 조금 넘게 남았을 뿐이다. 하루가 다르게 동생의 얼굴에 조급함이 묻어 나오는 것이 보인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것도 느껴진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동생을 보면 짠하다. 지켜보는 나도 그러한데, 당사자는 어떠하겠는가. 이른 아침부터 노량진에 가서 밤 11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올 정도로 공부를 하면서도 불안감을 느끼는 동생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도 동생은 항상 내 걱정을 해준다. 텅 빈 싱크대를 보며 "언니야는 도대체 요즘 뭐 먹고 다녀? 얼굴살도 빠졌네."라고 염려가 담긴 말을 다정히 건넨다.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동생을 보며 항상 무언가 더 해줄 것이 없는지 고민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딱히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기껏해야 집을 정리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말동무가 되어주는 것일 뿐. 아, 야식도 챙겨줘야 한다. 

요리 솜씨가 없는 난 스팸과 계란을 넣고 볶음밥을 해주거나, 유부초밥을 해주거나, 비빔면을 삶아주는 걸로 야식을 대체한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동생이 좋아라 하는 피자나 치킨을 시켜주거나,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간식거리들을 사다준다. 책상 위에 가득한 간식 거리를 보며, 동생은 "오! 이거 바로 먹어야겠다."라며 환하게 웃는다. 

동생은 기나긴 싸움을 하고 있다. 1년 안에 끝나면 가장 좋겠지만, 어쩌면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너무 초조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외로워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네 곁엔 나도 있고 아빠, 엄마, 남동생도 있으니까. 우리가 널 응원하고 있으니까. 1년 안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도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오늘은 동생이 돌아오면 맛있는 야식을 먹자고 했다. 어떤 것을 먹고 싶냐고 물으니, "그냥 맛있는 것!"라고 하길래 회심의 메뉴 '주꾸미 볶음'을 제안했다. 동생은 나의 제안을 단 번에 받아들이며, 싱긋 웃었다. 


그래, 항상 그렇게 웃으면서 하자. 
점수 1점에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남들보다 뒤처진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너의 속도에 맞춰 목표 지점까지 도달하면 돼. 
넌 아직 충분히 어리고, 혹여 실패한다고 해도
다른 선택지가 많을 테니까. 

우리 집 공시생,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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