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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Mar 02. 2022

글을 쓰며 만난 사람들 1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정현님

엄마가  점을 보러 가면 항상 점쟁이들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당신 큰딸은 '인복(人福)'이 많다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넘쳐난다고. 

그 점쟁이들 말이다. 꽤나 용한 것이 분명하다. 복채로 10만 원을 줘도 아깝지 않을 만큼. 실제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감사한 분들이다. 소개할 분들이 너무 많지만, 오늘은 딱 분만 언급해 보려고 한다. 최근 들어 가장 자주 만나고, 나의 글쓰기를, 책 만들기를 아낌없이 지지해 주신 분이니까.



에세이 수업에서 만나게 된 정현님


정현님은 작년 가을 무렵에 진행됐던 이성혁 작가님의 에세이 클래스에서 만난 분이다. 수업 당시, 우연히 자주 옆자리에 앉게 되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게다가 나이도 1살 차이로 서로 비슷했으며, 성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단 말이 잘 통했다. 사회 초년생의 슬픔과 기쁨, 이십 대의 고충 그리고 여러 고민거리에 대해 털어놓으며 점점 친해졌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난 정현님께 데이트 신청을 했다. 함께 만나서 맛있는 것을 먹자고. 성격 좋은 정현님께서는 단번에 오케이를 외치셨고, 우린 함께 치킨을 먹었다. 맥주까지 곁들여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아닌데, 대화가 잘 통하는 정현님과 마시니 맥주가 술술 들어갔다. 취하는 줄도 모르고 연거푸 마셨다. 계산할 때 보니 맥주만 둘이서 4~5잔을 마셨더라. 1~2잔만 마셔도 배가 부른게 맥주인데, 우린 어떻게 배가 부른지도 모른 채 신나게 마실 수 있었던 것일까.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자주 정현님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안부를 묻기도 하고, 고민거리를 털어놓기도 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정현님에게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기도 했다. 그렇게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무렵, 내가 북페어에 참여하게 되어 정현님을 초대한 일이 있었다. 

그냥 오셔도 되는데, 커피에 선물까지 사오셨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달한 무렵에 사다 주신 달달한 커피도 너무 감사했지만, 편지까지 붙여서 주신 선물이 더더욱 감사했다. 정현님께서 건네 주신 책은 패션 디자이너 이브생 로랑의 연인이자 사업파트너인 피에르 베르제가 쓴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였다. 

에세이 수업 시간에 다른 분이 내 글을 읽고 추천해 주셨던 책인데, 그걸 잊지 않고 선물해 주신 정현님의 스윗함에 탄복했다. 사실 너무 감동받아서 울컥했는데, 북페어를 위해 샵까지 가서 공들여 메이크업을 한 상태라 도저히 울 수가 없었다. 대신 정현님의 손을 부여잡고 계속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는 걸로 내 마음을 표현했다. 

지난 월요일에도 정현님과 만났다. 약속 시간이 저녁 6시 반이었는데, 하필 그날따라 연장 근무를 하게 됐다. 최대한 빨리 마치고 날 기다리고 있는 정현님을 위해 택시를 잡았다. 봄이 다가왔다고 해도 여전히 추운 날이었다. 죄송한 마음에 기사님께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를 연발했다. 10분 거리를 5~6분 만에 도착해서 택시에서 내리니 정현님이 보였다. 

나와 함께 가기로 했던 책방을 결국 혼자 구경하시고 나온 정현님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저녁이라도 거하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골라둔 식당으로 가는 도중, 갑자기 정현님이 선물을 주셨다. 풀어보니 스타벅스 텀블러였다. 그날 점심에 들른 스타벅스에서 봄을 닮은 찬란한 색깔의 텀블러들을 보고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는데, 어떻게 그걸 알고 이런 선물을 주시는 건지 참 신기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지각까지 한 내가 받을 만한 선물인가 싶어 "정현님~뭘 이런 걸 주세요?"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활짝 웃으시며 "2쇄 축하 선물이에요!"라고 답하셨다. 아직 2쇄 준비 중이지만, 1쇄가 조금 남았지만, 감사히 잘 쓰겠다고 말씀드리며 정현님의 마음을 받았다. 

도대체 나는 이 감사함을 어떻게 갚아야 할까 고민했다. 다행히 내가 고른 식당은 제주 흑돼지를 파는 곳이었는데, 정현님께서 한 입 드셔보시고는 너무 맛있다며 좋아하셨다. 기뻤다. 종종 들르던 곳이라 맛에 자신이 있었지만, 정현님께는 또 모를 일이니 걱정을 하던 차였다.

이모님께서 구워주시는 고기를 양념에 찍어 맛있게 드셔주셨다. 이렇게 마음이 잘 맞는 여자들이 고기를 먹는데 맥주가 빠질 수는 없다. 생맥주가 없기에 아쉬운 대로 테라를 주문해서 주거니 받거니 마셨다. 맥주가 달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때까지 정현님과 신나게 마시고, 먹었다. 엄마 솜씨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진한 여운이 남을 정도로 맛있는 김치찌개까지 배불리 먹었다. 

온전히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불렀다. 겨우겨우 발걸음을 떼어 우린 카페에 들렀다. 아주 오래 만난 친구처럼, 서로의 가방을 털어보고 어떤 화장품들을 쓰는지 공유하며 수다를 떨었다. 


정현님과 있으면 자꾸 웃게 된다. 가식적인 웃음이 아니라, 진짜 온전한 나로서 편안하게. 나도 모르게 만들어 버린 세상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아무 거리낌 없이 웃게 된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바라건대 언젠가 정현님도 
책을 쓰시게 됐으면 좋겠다. 

정현님 특유의 귀여운 문체가
돋보이는 그런 책이 나온다면 
나도 스윗한 출간 축하 선물을 
건넬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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