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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Mar 18. 2022

결국 나도 피할 수 없었다 '코로나'

2022.03.16 코로나19 확진

자가키트, 신속항원, PCR을 모두 합쳐 15번쯤 검사를 받았다. 늘 조마조마하며 결과를 기다렸지만, 다행히도 '음성' 판정을 받아왔었다. 하지만 일일 확진자가 60만 명을 돌파한 이 상황에서, 나 역시 코로나19의 위협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시작은 동생이었다. 집과 노량진을 오가며,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던 동생으로부터 뜬금없이 카톡이 날아들었다. 

"언니, 나 자가키트 했는데 두 줄이야. 목도 아프고, 콧물도 나와."

곧바로 전화를 걸어 보건소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당황한 나는 집안 곳곳을 소독하고, 환기를 시키고, 마스크를 꼈다. 보건소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동생의 상태는 꽤나 심각했다. 목소리가 변하기 시작했고,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 목이 계속해서 아프다는 동생을 위해, 지난번에 내가 심한 인후통으로 처방받았던 약을 먹였다. 목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따뜻한 차까지 끓여주었다. 

그렇게 동생을 재우고 난 고민이 빠졌다. 

'우리 집은 겨우 8평 남짓한 원룸. 지금 격리를 하지 않으면 난 얼마 지나지 않아 확진이 될 텐데...'

하지만 끙끙 앓는 동생을 두고 나 혼자 살자고 호텔에 가기에는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일단 계속해서 집안 곳곳을 소독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도중 내게도 목 통증이 찾아왔다. 목구멍 쪽이 계속 간질간질하더니 곧이어 조금씩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이렇게 빨리 증상이 나타난다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후에 자가키트로 검사를 진행하니 선명하게 두줄이 떴다. 일순간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회사는 어떻게 하고, 잡혀 있는 약속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이윽고 시작될 극심한 목 통증도 두려웠다. 늦은 저녁이라 보건소행이 불가능했기에,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아침 일찍 보건소로 달려가 PCR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의외의 통보를 받았다. 내가 '음성'이라는 것이다. 아니 목도 아프고, 발열 증상까지 동반되는데다가 결정적으로 자가키트에 두줄이 나왔는데 어떻게 음성이라는 것일까.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결과였다. 음성이기에 원칙적으로는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찝찝하여 회사에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했다. 하루 더 있어보고 출근하겠다고. 느낌상으로는 코로나 확진이 맞다. 지금은 아마도 잠복기인것 같다고. 괜히 출근해서 회사 동료분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결국 내 판단은 옳았다. 이튿날 인근 병원으로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양성'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계속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미루어봤을 때, 양성이 나올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막상 판정을 받으니 당황했고 놀라웠다.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최종 양성 판정이 나왔음을 회사에 알리고, 곧장 집으로 들어왔다. 놀란 마음에 밥 생각도 없었지만, 약을 복용해야만 통증이 덜하다는 생각에 억지로 이것저것 입에 넣었다. 코로나 증상을 조금이라도 완화해 줄 수 있다며 의사 선생님께서 처방해 주신 약을 털어 넣고 곧바로 이불 속으로 몸을 던졌다. 

한 3시간쯤 잤을까? 꿈에서 누군가가 내 목을 찢어놓는 꿈을 꾸었다. 목이 타는 듯한 통증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급한 마음에 타이레놀을 먹었음에도 통증이 심했다. 목소리는 처참하게 갈라졌으며, 콧물은 계속 흘러내렸고, 열도 39도에 육박했다. 주변에 걸린 사람들을 보면 이른바 '무증상'인 경우도 있었고, 증상이 약한 이들도 많았는데 왜 나는 이렇게나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것인지. 

오늘로 확진 판정을 받은 지 이틀째다. 평소 약 먹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내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약을 챙겨먹고 있다. 목이 따가워 밥이 넘어가지 않지만, 억지로 뭐라도 먹고 약을 털어 넣고 있다. 기침이 심해 코푸, 콜대원 등 각종 시럽을 먹지만 효과가 전혀 없다. 점점 증상이 완화되어야 하는데, 도리어 점점 심해지니 미쳐버릴 지경이다. 가장 괴로운 건 콧물로 인해 코가 막힌다는 것이다. 아무리 휴지에 코를 팽팽 풀어도, 1~2초만 개운할 뿐. 계속해서 코가 막히고 덕분에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밀려오는 피로에 눈이 뻐근하고, 두통도 심하다. 

이미 확진을 받았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코로나는 감기와 유사한 존재'라고 치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터라, 나도 그냥 그 정도 수준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이건 차원이 다르다. 콧물이 좀 줄어들면 기침이 시작되고, 기침이 잦아들면 목이 따갑고 목소리가 변한다. 인후통이 조금 완화된다 싶으면 두통이 시작되고 종내에는 배앓이까지 시작된다. 게다가 격리기간에는 아프다고 해서 마음대로 병원에 가거나, 두통이 심해서 바람이라도 쐴 겸 산책을 다녀올 수도 없다. 실로 최악의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난 의료기관 종사자이기에 5일 동안만 격리를 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5일 안에 나의 증상이 전부 사라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증상은 심해질 뿐인데. 오늘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계속해서 열이 오르는 탓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도대체 언제쯤 원래의 컨디션을 되찾을 수 있을까. 

고열과 인후통에 시달리는 동생과 마주보며 말했다.
"제발, 이 망할 코로나 좀 끝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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