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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Mar 21. 2022

가끔은 '멈춤'이 필요한 법

 번째 독립출판물 원고 작업을 위해 내게  여유를 주지 않았다.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닌데,  계속 스스로를 계속 다그쳤다. 원고  꼭지에 8장이 넘어가는  원고도 단숨에  내려가야 하느니라고.   안에 원고는 물론 편집까지  끝내야만 한다고. 욕심이었다. 회사 일을 병행하는 내게는 더더욱.

손목이 찌릿찌릿하고, 눈에는 다래끼가 나고, 편두통이 계속 심해질 무렵 코로나 확진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이들에 비해 증상은 유난히 심했고, 어쩔  없이  수밖에 없었다. 약을 먹고 무엇이라도, 원고  줄이라도 써보려고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글쓰기는 '호흡'이 중요하다. 아주 컨디션이 좋은 날에도 자칫 이 호흡을 잃기 쉽다. 하지만 심한 인후통과 고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호흡을 지키며 글을 써 내려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 줄 쓰고 쉬고, 한 줄 쓰고 기침 을 하고, 한 줄 쓰고 코를 풀고. 글이 써질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결국 노트북을 덮었다. 침대 대용으로 사용하는 매트리스 위에 누워 계속 잤다. 재택으로 일을 해야 될 때만 약의 기운을 빌려 잠시 키보드 위에서 손을 놀렸다. 약 기운이 사라지면 또다시 이불 속에 몸을 구겨 넣었다. 지난해 중순, 본격적인 원고 작업을 시작하고 한 권의 책을 만든 뒤 이렇게까지 쉰 적은 없었다. 그래서 아직 20대임에도 불구하고 몸 곳곳에서 이상 신호가 나타났을 것이다.

일주일 동안 정말 마치 동물처럼 먹고, 자고, 마시고를 무한 반복했더니 머리가 맑아졌다. 손목 통증도 사라졌다. 온몸이 가뿐해진 기분이랄까. 여전히 증상은 남아있지만, 오늘 중단했던 원고 작업을 다시 시작하니 느낌이 다르다. 앞뒤가 연결되지 않아 그렇게 내 속을 썩이던 문단도 깔끔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며칠 동안 붙잡고 있던 부분을 해결하면서 생각했다. 아니 결심했다.

격리 해제 후, 여전히 바쁜 일상을 보낼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는 가끔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기로.
나의 몸과 마음에게 쉴 시간을 허락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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