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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라떼는 오늘을 추억한다.

따뜻한 나의 희망


2021년 10월의 어느 금요일 저녁



기자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나의 마음은 유독 무겁고

그날따라 예민해져 있고

지쳐있었다.



강남을 지나치며 넓은 한강공원을 바라봐도

6호선을 타고 지하철역 빵집 내음새를 머금어도


나의 기분은, 아픈 몸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런 날이 있다.


약을 먹어도 통증이 해결이 되지 않는 날


배가 너무 아팠다.


그런데 거기에 머리와 비염까지 극성인 날이었다.


그렇다고 오늘 일을 하다가 중간에

가고 싶진 않았다.


돈은 벌고 싶었으니까.



매주 금요일 저녁에 치던 테니스 수업도

취소했다.



남자 친구한테도 답답한 마음에 화도 냈었다.



늘 잘 참던 나도 오늘은 참기가 힘든 날이었나 보다



집에서 쉬려 했지만 집은 나의 안식처가 될 수 없었다 그날은



힘든 몸을 이끌고 마야 수업을 배우러 가는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다.


길 가는 길에 여러 베이커리와 카페들이 보였다.



오늘따라 춥고 몸은 쑤셨다.


차가운 공기 속 그날도 홍대에는 젊은 사람들로 넘쳐났었다.


유독 카페의 잔잔한 불빛이 나를 잡아끄는 날이었다.


"아.. 나 돈 아껴야 하는데.. "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 나 이번 달 카페 안 간 거 약속 지켰잖아.

오늘은 먹자."


하고 과감히 들어갔다.



그날 따라 따뜻한 바닐라 라떼가 땡겼다.



조용히 카페에서 원두 가는 소리와



직원의 우유 스팀을 내는 치지지직 소리를

들으며


나는 달달한 바닐라 향과 따뜻한 라떼의 거품의

맛을 기대하며 기다렸다.



"주문하신 따뜻한 바닐라 라떼 드리겠습니다!!"



따뜻한 바닐라 라떼를 내 두 손으로 움켜쥐는데


이상하게 나는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차가운 밤공기를 걷는 것은 나에게 위로가 되는 순간이었지만

나의 아픈 몸과 스트레스는 위로해줄 수 없었다.



따뜻한 바닐라 라떼를 쥐고 가는 나는

다시 어린아이가 된 거 같달까


작은 따스함을 들고 신나게 어디론가 가는 거 같은

그런 설렘이었다.




비록 나는 나의 여행 중에

예기지 못하게 다쳤으나

따뜻한 주막에서 얻은 나의 온도가

위로가 되는 듯한 기분



나는 나의 따뜻한 바닐라 라떼를 들고


학원 자습실에서 나의 노트북을 키며

한 모금 마셔보았다.



나의 따뜻한 라떼는 서서히

온도를 나에게 나누어주며






식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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