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와 파랑새

나의 파랑새는 스승이었다.


우리들은 흔히 빨간 모자가 늑대를 물리치고 할머니랑

행복하게 살았다는 그 이야기는 알 것입니다.

그런데, 혹시 빨간 모자가 그다음에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각종 뒷이야기들이 돌아다니기는 해요.

애니메이션 후속편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마침, 빨간 모자랑 어릴 적

알고 지냈어요.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는

어느 화창한 여름날, 빨간 모자가 겪었던 일입니다.




어느 여름날 아침,

오렌지 잼이 발라진 듯한 잔디 위로

산들바람은 신나게 춤추고 있었습니다.


빨간 모자는 오늘도 할머니 집에서

일어났어요.


날씨가 너무 좋아

숲 속에서 이리 오라고 부르는 듯했습니다.


"할머니, 저 나갔다 올게요"


그러더니 할머니는


"그래, 빨간 모자야, 대신에

어두운 숲 속에는 들어가면 안 된단다.

또, 사나운 늑대 친구가 있을지 어떻게 아니"


이때가 빨간 모자가 늑대로부터 할머니를 구해낸 지

1년 정도 됐을 때였데요

당연하게도 어떤 할머니라도 손녀를 걱정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 네, 할머니 꼭 그럴게요!'


빨간 모자는 집 밖에 나와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하늘을 바라보고 누웠습니다.


그러다가 하얀 토끼가 깡충깡충

잔디 속을 뛰어다니는 것을 보게 됩니다.


빨간 모자는 하얀 토끼처럼 뛰어놀고 싶었어요.


'얘, 하얀 토끼야,

나도 너처럼 같이 뛰어놀고 싶어.'


그러더니 하얀 토끼가


'그래? 그럼 나를 따라 해 봐.'


빨간 모자는 하얀 토끼를 보고

따라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연습을 하다 보니 하얀 토끼만큼

잘 뛰게 되었습니다.

하늘 위 구름과도 손을 잡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둘은 신이 나게 뛰어놀았습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하얀 토끼가


"얘, 빨간 모자야, 우리 숲 속에서 누가 더

잘 뛰는지 시합할래?"


순간, 빨간 모자는 할머니의

숲 속을 조심하라는 말씀이 떠올랐지만,

하얀 토끼랑 좀 더 놀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그래, 토끼야, 대신에

너무 깊게 뛰어 들어가진 말자."


준비... 시... 작!!


하얀 토끼와 빨간 모자는 정신없이

뛰어가기 시작했어요.

숲 속을 뛰어다닐 때마다

실처럼 가는 햇빛들이

나뭇잎 사이로 들어와 빨간 모자에게

길을 보여주었습니다.

빠르게 옆을 지나가는 나무들과

뒤로 멀어지는 숲 속 친구들을 보는 건

빨간 모자에게 짜릿한 일이었습니다.


정신없이 뛰다 보니

햇빛과 동물 친구들이 보이지 않았어요.

잠깐 멈추어 둘러보니 하얀 토끼가 보이지 않았어요.


"토끼야, 하얀 토끼야

어디 있니?"


하얀 토끼가 너무 빨리 뛰던 탓일까요?

어두 컴컴한 숲 속,

아무리 불러도 들려오는 대답은

고요한 어두운 숲의 정적뿐이었어요.


빨간 모자가 길을 잃어버리게 된 거였어요.


빨간 모자는 무서워서

어찌할 줄 몰랐어요.


늑대랑 싸워서 할머니를 지켜낸 적은 있지만

어두 컴컴한 숲 속 혼자서 헤쳐나가야 하는 것에

막막했던 것이지요.


그 순간, 파랑새 두 마리가

손전등을 들고 날아왔어요.


그러곤 파랑새 두 마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야, 우리 같이 이 숲을

빠져나가는 거야.

너는 혼자가 아니야.

우리 같이 걸어 나가는 거야."


파랑새 두 마리가 건네 준 손전등을

들고 다니며, 빨간 모자는

길을 찾아나갔습니다.


빨간 모자가 다리가 아파

지칠 때는

파랑새 두 마리는 옆에

가만히 내려앉아 기다려주었습니다.


또다시 앞으로 나아갈 때는

높이 날아 올라

빨간 모자의 할머니 집의 방향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할머니 집 앞에서

파랑새 두 마리는


"이제 어떻게 나오면 되는지 알겠지?

어두운 숲길을 밝히는 아이가 되렴."


라고 말을 남기고 날아갔다고 합니다.




빨간 모자는 이 일로 인해 할머니한테 호되게

꾸중을 들었다고 해요.


그러면서 빨간 모자가 저한테 묻더군요.


"너에게도 어두운 숲 속에서 길을 잃을 때,

찾아와 준 파랑새가 있었니?"


우리 누구에게나 목표를 향해 가다가

길을 잃어 혼자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그 길을 가는데, 우리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헤쳐나가기도 합니다.


아, 저에게 그 파랑새가 누구냐고요?


저에게 파랑새는 스승님들이셨습니다.


동생과 함께 하얀 토끼처럼 뛰기 위해

뛰어다니다 길을 잃은 저희 둘은

하얀 토끼를 놓쳤고, 길도 일었었습니다.

둘의 학원비를 대려고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공부를 하며 어두운 숲길을

헤쳐나가려고 노력했지만

막막하고 무서워 주저앉을 때가 많았습니다.


2017년도의 어느 날,

파랑새 두 마리가 저에게 날아왔었습니다.


그때, 손전등을 들고 와준 저의 스승님들은

정답을 알려주시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저와 함께

헤쳐나가는 방법을 같이 찾아 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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