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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참치는 고양이가 되었단다.

chap.01. 대서양 참치캔을 먹고 잠든 아로를 위해서.

    

 2023년 벚꽃은 예정보다 일찍 피었다.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나는 두 마리 고양이의 집사, 엄마가 되었다.

어느덧 이 아이들과도 함께한 지 4개월째 되어간다.


늘 잠 못 들거나 취준 준비를 위한 2차 포트폴리오에 한창 매진해 있던 나의 옆에서

잠드는 아이들이 나를 가만히 멀뚱멀뚱 볼 때, 


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어 왔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비록 지금은 '봄'이지만 '겨울'에 나의 고양이 '아로' 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2023년 1월 첫째 주가 되어 간다.


아이들의 식성을 한창 파악 중이었던 나는 여러 습식을 시켜주고 있는데,

오늘 먹은 '대서양 참치'를 유독 아로가 즐겁게 맛있게 먹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나는 어느 한 고양이 수의사의 유튜브를 보고 아이들에게 입맛을 더 돋우기 위해

전자레인지로 습식을 10-20초 정도 데워주는데,

유독 그날따라 냄새를 맡고 아로가 '냐아, 나아' 거리면서 나의 곁에 꼬리를 감싸고 있었으니까.


1월 첫째 주, 나는 얼른 취직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열심히 하면 뭐 하나.

아직 2차 포폴을 준비하고 있는 나. 


그렇게 또 다시 밤을 새우고 있었다.


새벽 2시가 되어가는 시점, 아로는 입양 와서 늘 그랬듯이

나의 옆에서 가만히 멀뚱멀뚱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런 나는 아로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로야, 네가 먹은 대서양에서 사는 어느 한 참치 이야기를 들려줄게.



아로, 어느 대서양에는 참치가 헤엄치고 있었어. 


그 참치는 바다에서 태어나 자라고 그 넓은 바다를 헤엄쳐왔지만


그 넓은 바다가 지겨웠단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 위를 늘 쏘다니는 인간들이 타고 다니는 배를 쫓아가보기로 했어.


그 배를 쫓아가다 보니, 우리 참치 친구가 헤엄치는 곳 보다 얇지만 맑은 햇빛이 좀 더

물결과 어우러지는 맑은 해변가 근처로 가게 되었단다.


해변가 근처에는 생각보다 많고 다양한 생명들이 살고 있었단다.


그 모습이 참치에게는 진귀한 광경이었지.


그들의 모습을 바위 뒤에 숨어서 가만히 바라보는데, 너무 재밌어 보이고, 평화로워 보이는 거 있지.


그래서 참치는 결심을 하게 돼.


나는 이번 참치 생을 점고, 다른 모습으로 살아보고 싶어.




그렇게 참치는 유심히 해변가의 수많은 존재들을 보니까

해변가에서 물장구를 치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단다.



참치는 어린 시절부터 깊은 바닷속에 살면서 떠도는 소문을 들어왔는데,


그 소문이 뭐냐면, 



초승달이 뜨는 밤, 달빛에 비치는 구름을 보고 물고기들이 소원을 빌면,


그다음 날에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야.



신기하지? 물고기들의 세상은



암튼, 믿거나 말거나 바다에 질릴 대로 질린 참치에게 믿을 건 그 소원 밖에 없었으니까

초승달이 뜨는 밤을 기다리게 되고, 그날 구름을 보고 소원을 빌게 된단다.


그렇게 구름에게 간절히 소원을 빌고 잠든 참치는


해변가에서 소년의 모습으로 깨어있었단다.



헐, 내가 인간이 되었다고?



참치가 된 소년은 신이 나 여기저기 인간 마을을 돌아다니게 된단다. 

처음엔, 두 발로 여기저기 돌아다닌 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


들떠 있었지만, 바닷속처럼 인간의 몸으로는 내 맘대로

먹을 수도 없었고, 또, 무엇보다 인간 사회의 시끌벅적한 모습에


좀 단순한 삶이 더 낮겠다 싶었던 모양이야.


그러던 어느 날,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며,

이번엔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기러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단다.


기러기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에 참치가 된 소년은


또다시 


초승달이 뜨는 밤을 또다시 기다리게 되고,


자신이 소원을 빌었던 바다로 돌아가서

또다시 달빛에 은은하게 비친 구름을 보며


구름님, 나 이번에는 기러기로 살아보고 싶어요. 



라고 간절히 소원을 빌었고,


역시나 그다음 날, 참치의 소원은 이뤄져 있었단다.


기러기가 되어 하늘에 날아다니는 기러기들과 함께 날아다니는 건

복잡한 인간 세상보다는 더 시원하고 재밌다고 느꼈지.


그런데, 말이야 하늘도 하루 이틀 날라야지 

헤엄만 오래 하던 참치가 기러기가 되니 힘들다는 생각이 든 거야.


그렇게 참치는 또다시 좌절을 하게 된단다.


기러기가 된 참치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재밌는 생명체를 보게 된단다.


바로 '고양이' 란다.


그 고양이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수 있었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 누워서 햇살 아래 몸은 맡길 수 있었고,


내가 먹고 싶다면 물고기를 낚아 채올 수 있었고,


또, 원하면 나무에도 올라갈 수 있는 그 모습이 


옳거니 나 '고양이'로 한 번 살아보자.


하는 생각에 또다시 초승달이 뜨기를 기다리고


달빛에 젖은 구름에게 기러기가 된 참치는


" 저, 고양이로 살고 싶어요. "라고 빌게 된단다.




역시나 참치는 참치빛 고양이로 변해있었어.


고양이가 되어보니 생각보다 들어갈 수 있는 장소는 너무나 많았고,


날지는 못해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언제든 뛰어다닐 수 있었고,


힘들다면 편안한 곳에서 편안하게 뻗어서 잘 수 있었어.


특히나, 말이야


인간에게 아양을 떨면 

가끔 밥도 챙겨주고 재워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


그러니까 얼마나 재밌겠니



그렇게 대서양에서 살던 참치는 고양이가 되었단다.



어때, 아로야? 고양이로 산다는 건 어떻게 보면

참치도 꿈꾸는 삶일 지도 몰라.


내 생각은 그래 ㅎㅎ 너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의 고양이 아로는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나의 곁에서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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