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02. 이갈이를 시작하는 머루에게
2023년이 들어서고 어느덧 1월의 중반을 달려가고 있는 시점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냥이들 양치질을 해주는 토요일을 마주했다.
유독 그날따라 머루는 양치질을 싫어했다.
왜 그럴까 자세히 보니
지난 주와는 또 다르게 큰 송곳니가 자라고 있었다.
처음 데려오고 아가아가한 이빨들을 보고 귀여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커가는 것을 직감하고 있달까.
손가락으로 조심조심 만져가며 이빨을 확인하고
나는 또다시 취준 포폴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중하고 있었다.
새벽이었다. 나는 밤을 새우고 있었다.
머루는 내 옆에 와서 똘망똘망 쳐다보았고
나는 머루에게 오늘은 이빨 요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제격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 이빨을 가져가는 이빨 정령을 아니 머루야?
우리 사람들도 이빨이 자라나거든.
그 과정에서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직도 많은 아이들은
이빨 요정이 있다고 믿고 있어.
그런데 고양이 이빨 정령도 있을 법하단 말이야 그렇지 ㅎㅎ
근데 너와 같은 고양이 친구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작은 이빨들은 이미 너의
뱃속으로 들어갔을 거야.
대부분 어린 고양이 친구들이 그렇다고 해.
그렇지만 그럼에도 너의 작은 이빨들을 노리는 정령들은 있거든
왜 너의 작은 이빨들이 소중하냐고?
어차피 어른 이빨이 나는 데 말이야
흠... 글쎄 내가 한 번 생각해 봤는데
내 생각에는 말이야.
고양이 이빨 정령들은 너희들의 이빨을 목에 걸고 다닌단다.
그 이유는
자신들은 작지만
그만큼 능력이 있는 이빨 요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사람도 회사를 들어가면 대리, 팀장이란 직책이 있듯이
이빨 요정들 세계에선 아마 그런 게 있지 않을까.
사람 이빨을 취하느냐
상어 이빨을 취하느냐
아니면 우리 머루 같이 작은 고양이들의 이빨이 빠지길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고양이 이빨 정령들이 있다는 거지.
너의 첫 이빨이 그들에겐 아마 자신의 임무에 있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일걸.
그만큼
고양이의 첫 이빨은 발견하게 쉽지 않거든.
또 그만큼
너희들은 아파도 잘 표현하지 않기 때문이지.
그래서 그런 너희들을 옆에서 관찰하고 잽싸게
그 이빨을 챙겨 오는 요정들이니
아마 그 이빨요정들 세계에서는
너희 어린 고양이들의 아가 이빨은
재빠르고 관찰력이 뛰어나며 섬세한
자격을 지닌 자들의 징표가 되지 않겠어??
더욱이나 너희 냥이들이
날개 달린 이빨 정령들을 본다고 가만히 내 벼 두겠니.
분명 작은 새가 날아들어왔다 생각하고
쫓아다니고 뛰고 잡으려고 안간힘을 쓸 거란 말이지.
그래서 어린 고양이의 이빨을
가져오는 정령들은 아마
이빨 요정 세계에서 뭔가 더 승진하는 데 유리.. 하지 않을까 ㅎㅎ
그래, 머루야.
혹시나 만약 너의 또 다른 이빨이 빠지는 거 같으면 다음에는
삼키지 말고 창가 앞에 내놓으렴.
혹시 알아.
너의 작은 이빨을 얼른 주워가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고양이 이빨 정령들이 있을 수 있잖아.
그렇게 머루는 나의 옆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또다시 잠에 들었다.
나의 이야기가 재밌는 건지 포근한 건지
머루는 또 미소 지으면서 옆에 기대서 조용히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