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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양보하지 마

chap.03 양보를 잘하는 착한 아로에게



7월 의 둘째 주


어느 월요일

하늘이 너무 이쁘게 노을이 졌다.


한창 아로가 그 밑에서 나를 향해

미소 짓는 것을 눈 속에 간직하면서










평소에 양보를 잘하는 아로의 모습이 

요새의 나의 모습과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달까.


그래서 적어본다.

나의 영원한 고양이 아로에게




아로야, 사람 글을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우리 아로랑 똑 닮은

비슷한 고양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집사의 인간 세상 푸념으로서 털어놓아볼게


집사는 말이야 요새

사람에 대한 정이 떨어지고

사람이 힘들고

만나기 더 싫어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척

강한 척


근데 매번 '그런 척' 하는 게 

에너지도 너무 많이 쏟아부어야 된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나는 그래도 요새 드는 생각이


우리가 우리가 힘든 감정을

매번


강함에 양보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거든...



사람이라는 게


약할 때도 있고 일어설 힘이 있는 게


매력이면 안 되는 것일까



숨 쉬는 우리 생명의 영혼들이 재밌는 이유니까.




때로는 그만 논리적인 척하고


나 자신을 이해해야 할 거 같다.


때로는 똑똑함에 양보해
우리는 멍청해질 필요가 있다.


항상 일어설 필요가 있나


우리는 앉는 게 더 편한데


그만 사람들 맞춰주고 싶다.

나는 앉는 게 더 좋은 사람이야 진심으로...



그래서 아로야 언니랑 약속 하나 하자.


우리 


매번 양보하지 말자.


아로를 한 번 예시로 들어볼게


우리 아로는 너무 착하고 사랑둥이이지만


머루 언니가 너보다  

빠르고 재빠르다고 해서


모든 것을 양보할 필요는 없어


너도 츄르 먹고 싶으면 참지 않잖아 

너도 깃털 잡고 싶을 때 그러니까 잡아


너의 즐거움을 양보하는 게 아닌

너도 갖고 즐길 필요가 있는 거 같아.



그래 나도 마찬가지야.


집사도 사람에 강하지만

강한 여자로 보일 수 있지만


나는 사실 사람이 힘들어

마음속 깊이 나는 그냥 혼자 있고 싶을 때가 더 많아.


그래서 사람한테 받은 상처도 잘 떨쳐내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어


그 감정들을 위로해 주느라

나의 기쁨을 양보할 때가 있어.


그러니까 너의 선택이야


우리는 그래서 재밌는 거야.


예측 못해.


나도 못해.




아로에게 말을 걸며 나의 마음을 털어놓는 동안

다시 하늘을 보았다.


오늘따라 이뻤던 그 노을은

이미 자리를 밤에 양보해 준 지 오래


나는 나의 고양이 아로가

머루에게


"이건 내 츄르야

이건 내 냠냠이야

이건 내 병뚜껑이야"라고 했으면 좋겠다.


아로는 나에게 뭐라고 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만 양보하련다.


힘듦이라는 감정이 강함을 이길 필요가 있고

욕심이라는 감정이 양보를 눌러야 할 때가 있고

이기심이 배려를 앞질러야 하는 순간이


나에겐 지금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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